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된데 이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 제기가 연일 계속되자 야권이 일제히 청와대를 겨냥한 파상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현 국면을 ‘정권 말 레임덕 현상’으로 규정하고 우병우 수석의 해임을 요구하는 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추진하는 등 정국 주도의 고삐를 바짝 쥐는 모습이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20일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우 민정수석은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서 대통령 치마폭에 숨지 말고,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민정수석을 보호하려다 정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대로 그냥 가면 한국이 무너질 수 있다”며 전면 개각을 요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박 대통령이 우병우 뇌관을 제거하고 전면개각을 해야만 레임덕 폭탄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거론하며 지난 총선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까지 폭로되자 공세에 탄력이 붙는 형국이다.
주승용 국민의당 비대위원은 “새누리당 총선 공천 녹취록 파문은 박 대통령이 총선에서 진실된 사람을 뽑아달라고 하면서 시작된 사달”이라며 “당정청이 모두 무너지고 있는 지금이 국정쇄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촉구했다.
야권은 여세를 몰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추진하며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쥐는 모습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이미 원내대표 간 합의로 공수처 신설법 추진에 공조하기로 했고, 이달 중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신설은 참여정부 이후 야권에서 줄곧 주장해왔으나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과 검찰 반대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전환된데다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입법 현실
더민주의 공수처입법 추진 태스크포스팀장인 박범계 의원은 “공수처 조직을 어디 소속으로 둘 지, 수사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볼 지가 핵심”이라며 “수사 범위에는 판검사, 국회의원, 차관급 이상 공무원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