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발표한 뒤 6일만에 북한이 스커드미사일과 노동미사일로 보이는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지난 11일 발표한 ‘사드 지역이 확정되는 시각부터 물리적 대응조치’를 이날 실행에 옮긴 셈이다. 북한이 사거리 600㎞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한이 보유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경북 성주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폴이된다.
◆북한 공격 목표될 수 있다는 불안감 자극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사드 찬반 논쟁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가 성주를 겨냥했다는 것은 누구도 확정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북한이 사드와 관련한 여러 가지 국내 찬반 논쟁이라든지 이런 걸 겨냥한 일종의 시위성 도발”이라고 말했다.
성주가 북한의 타격 목표임이 확인되면서 현지의 사드 반대 여론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자파 위해성 논란에 이어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 심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점을 노리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무력 도발을 감행했을 수 있다.
미사일이 발사된 북한 황해도 황주에서 사드가 배치될 경북 성주까지 직선거리는 380여㎞로, 북한이 ‘성주 사드’에 대한 타격 능력을 보여주려는 했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성주는 물론 부산까지 남한 전 지역을 목표로 타격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물리적 대응조치를 공언했기 때문에 북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미사일 발사도 당시 발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필요성 더 부각될 수도
북한은 사드배치에 대한 반발 또는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사드배치의 필요성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스커드 미사일은 북한이 성주 등을 타격하기 위해 동원할 가능성이 가장 큰 무기”라며 “사드가 배치되면 패트리엇과 함께 스커드 미사일에 대응한 다층 요격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수도권 이남의 북한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해선 기존의 패트리엇과 사드로 다층 방어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사드의 요격고도(40∼150㎞)는 패트리엇(15∼40㎞)보다 높다.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하면 먼저 사드로 요격을 시도하고 만약 실패하면 패트리엇으로 다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북한은 사드를 둘러싼 남남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추가로 도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드는 배치 지역 후방에서 날아오는 SLBM를 요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한미가 사드의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9일 동해에서 SLBM을 발사했다. SLBM이 실제 실전 배치될 경우 깊은 바다에서 은밀하게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사드의 요격시스템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관계자는 “북한이 SLBM 개발에 필수적인 콜드 론칭(cold launching)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도 독자 개발한 사례가 있기
북한은 이와 함께 사드 배치에 반발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준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는 계측장비를 설치하고 인원과 차량을 움직임도 활발해 진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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