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19일 서울 현충원에서 진행된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 5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훌륭한 헌법의 제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추모가 야당, 진보진영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이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야당 출신인 정 의장의 이날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정 의장은 “전 우리 헌법을 볼 때마다 이승만 박사님과 당시 제헌의회 선배님들이 보여주신 혜안과 통찰력에 경외의 마음을 갖는다”며 “제헌헌법에 담긴 정신과 내용 하나하나가 최고 수준의 완결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 의장은 “박사님의 청춘은 새 세계를 꿈꾸는 선각자의 삶이었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망명객의 삶이었다”며 “초대 대통령으로서 영광보다는 전쟁의 화마를 물리치고 수습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을 걸어가셔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창당 움직임이 한창이던 올해 초 ‘이승만 국부론’ 논쟁을 고려하면 이날 정 의장의 발언은 야권 내부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한상진 당시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평가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정체성 논쟁이 벌어졌고, 안철수 의원이 ‘국부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날 발언에 대해 국회 대변인실측은 정 의장의 추모식 참석은 입법부를 대표하는 수장으로 공식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정 의장, 신경식 헌정회장을 비롯해 800여명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정 의장은 ‘국회 윤리 규정 확립’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친·인척 보좌직원 채용 관련 윤리법규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했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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