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한 사회복무요원이 용기를 내 상관의 근무 태도를 제보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관은 하루 반 만에 누가 어떤 제보를 했는지 정확히 알고, 무고죄로 앞길을 막을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누구보다 내부고발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법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성식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법원에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 이 모 씨(가명).
이씨는 상관인 김 모 계장이 근무 시간에 상습적으로 자는 등 태만이 지나치다고 판단해 사진을 찍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렸습니다.
불과 36시간이 지나 이씨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김 계장이 이씨의 신원까지 적힌 민원 접수 서류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어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이 씨를 직접 불러 오히려 법적 대응을 경고했습니다.
▶ 인터뷰 : 김OO / 서울OO법원 계장(지난달 22일)
- "법원이라는 조직이 있으니까 지시를 받고 하겠지. 조직 차원에서 하겠지. 형사고발 할 것인지 민사고발 할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심지어 무고죄 등으로 소송을 걸어 앞길을 막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압박했습니다.
▶ 인터뷰 : 김OO / 서울OO법원 계장(지난달 22일)
- "무고나 이런 것들은 형이 세게 때리잖아. (인생이) 구만리 같은 애들, 자식 같은 애들 길을 막고 싶지 (않은데…). 참고 있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또 김 계장은 사회복무요원들을 불러모아 '내부고발자'에 대해 근무지 이동 등 처벌이 있을 것이라며 입단속까지 시켰습니다.
▶ 인터뷰 : 김해영 /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내부 제보자에 대한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아서 신분이 노출된다면 대부분이 제보를 꺼리지 않을까…."
법원 측은 애초 제보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이 씨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MBN뉴스 이성식입니다.
영상취재 : 김동진 VJ
영상편집 : 김민지
【 앵커멘트 】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먼저, 이 씨가 민원을 올린 '국민신문고'라는 제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국민신문고는 국무총리 산하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민원 창구인데요.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접속만 하면, 보시는 것처럼 손쉽게 민원을 올릴 수 있습니다.
지난 한 해에만 190만 건의 민원이 접수됐으니까, 하루 평균 5,200여 명이 이용한 셈인데요.
하지만, 문제는 국민신문고가 민원을 직접 해결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민원 내용을 받아서 처리기관에 연결해주는 '전달자' 역할에 그치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 사건처럼 민감한 개인정보가 그대로 넘어가는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전준영 기자입니다.
【 기자 】
내부고발자는 조직 내 '왕따'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 사회적 보호가 필요합니다.
- "제 말을 믿어 주시겠습니까? 난 다 버리고 여기까지 왔어요. 진실을 말했어요."
하지만, 이 모 씨가 제보에 이용한 권익위는 보호는커녕 제보자의 신분을 그대로 노출시켰습니다.
▶ 인터뷰(☎) :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
- "민원인과 소통을 해야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실명으로 하게 되고…. 사각지대가 공직기강 문제 등…."
권익위는 대법원에, 대법원은 서울의 한 법원에 제보 내용을 처리하라고 전달하며 제보자의 이름뿐 아니라, 전화번호와 집 주소 등 개인정보를 줄줄이 넘긴 겁니다.
▶ 인터뷰 : 이은미 /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팀장
- "처리기관에
▶ 스탠딩 : 전준영 / 기자
-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권익위원회는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MBN뉴스 전준영입니다."
영상취재 : 김 원 기자
영상편집 : 서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