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8일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이 공조해 결의안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현 제도에서 국회 결의안은 야권이 정부를 규탄하는 ‘상징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이행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는 이같은 결의안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회는 특정 결의안에 대한 정부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박 원내대표가 제안한 ‘사드 비준동의안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정부가 사드 배치를 위해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거야(巨野)가 법 개정을 통해 권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정부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이 지난 6일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행정 각 부의 장에게 행정행위를 할 것을 결의안을 통해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 의장 포함 더민주 의원 13명과 국민의당 의원 2명, 정의당 의원 1명이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결의안을 송부 받은 정부 각 부처의 장은 30일 내에 이행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이 완료되면 10일 내에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행하지 못 한다면 그 사유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변 의장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국회가 결의안으로 채택한 안건에 대해 행정부가 이행하지 않아 국회의 의사가 무시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철민 더민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 시행령에 대한 입법부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상위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대통령령·총리령·고시 등을 수정·변경하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지난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 논란을 야기한 국회법 개정안과 같다.
이는 세월호특별법과 누리과정 예산 등 야권이 정부와 끊임없이 충돌했던 사안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법안이다. 개정안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을 요구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현행 국회법은 상임위가 정부 시행령에 대한 판단을 통보만 할 수 있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현행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건을 과반수 찬성으로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공조하면 쟁점 법안을 상정해 표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유사한 국회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야권이 반대해 처리가 불발됐다. 야권이 20대 국회에서 과반수 이상 의석수를 차지하자 스스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함께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 견제 기능만 강화하면 적대적 진영 논리에 빠져 협치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강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