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꼭 2년 전인 2014년 7월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김무성 서청원 두 정치 거물의 ‘정면승부’로 치러졌다. 당시 김무성 후보는 두 사람의 대결을 “과거냐 미래냐의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서청원 후보를 ‘과거’로, 자신을 ‘미래’로 비유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반면 서 후보는 “당정청을 이끄는 책임대표”를 내세웠다. 맏형 리더십을 강조한 캐치프레이즈였다.
2년 전 서 후보는 미래론을 내세운 김 후보를 향해 “사심있는 사람은 당대표를 해선 안된다”며 “나를 과거로 몰고 가는데 그 사람(김 후보) 전력에 무슨 전과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맞받았다. 경선은 극심한 네거티브 경쟁으로 흘러갔고,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은 결국 폭발했다. 계파를 대표한 두 사람의 맞대결이 낳은 후유증은 길고도 깊었다.
전당대회에선 김 후보가 승리했지만 2위를 차지한 서 후보와는 위험한 동거가 시작됐다. 김무성 대표 시절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사람은 일촉즉발의 순간을 수차례 연출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공천 룰 등을 놓고 고비마다 충돌했고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를 낳았다.
서 의원은 당권 출마를 결심하고 택일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표 시점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출마 명분으로 어떤 메시지를 들고 나올지 그만큼 고심이 깊다는 얘기다. 발표가 지연되면서 일각에선 불출마쪽으로 심경의 변화가 있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그가 장고 끝에 2년 전에 이어 다시 ‘친박 맏형론’을 내걸고 나설 경우 비박계는 김무성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뭉칠 전망이다.
당권에 도전하는 정병국 의원이 지난 12일 김 전 대표와 독대하며 비박 단일화론을 띄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김 전 대표는 14일 전당대회 승리 2주년을 맞아 지지자들과 대대적인 모임을 갖는다. 지지 당원 1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인 이날 만찬은 사실상 김 전 대표의 ‘대선 출정식’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핵심 지지자들이 총출동한 이 자리서 김 전 대표가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비박계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직접 나서 비박계 단일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행사엔 정병국, 김용태, 나경원 등 비박계 주요 당권주자들 역시 총출동할 예정이다.
잠행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정치행보를 재개하는 셈이지만 김 전 대표는 가능한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13일 오전 최측근인 김학용 의원이 주도한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한 뒤 ‘의중에 둔 비박계 후보가 있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당권)후보가 난립할텐데 컷오프가 도입되면 단일화를 한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나에게 그런 멍에를 씌우지 말라”고 덧붙였다.
전날 “(비박계가)단일화 없이는 이기기 힘들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일단 한발짝 물러선 셈이다. 그럼에도 차기 대선을 관리할 당 대표를 뽑는 이번 전당대회가 김 전 대표의 대권 도전과도 맞물려 있는만큼 전당대회 이전에 어떤 형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 맏형과 비박계 수장간의 한판 승부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가 어떻든 각 계파간 운명이 걸린 전당대회인 만큼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박계 후보들은 ‘과거냐 미래냐’를 화두로 내세우며 서 의원을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김용
[신헌철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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