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 전당대회를 한달여 앞둔 6일 최경환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유승민 의원도 출마하지 않기로 확정하면서 ‘빅매치’는 불발됐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이주영, 김용태 의원에 이어 이정현 의원이 7일, 정병국 의원이 10일 각각 출마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 밖에 원유철 의원이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이고, 나경원 의원도 조건부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확실한 당권주자를 잃어버린 친박 주류는 범친박계로 분류돼온 이주영 의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의 출마를 집요하게 종용하고 있다. 서 의원의 출마 여부가 당권 레이스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고,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경환 총선 책임론에 발목...‘백의종군’ 선택
최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화합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제단에 다시 한 번 나를 바치고자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그 날을 위해 평의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며 “내가 죽어야 당이 살고,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고. 정권 재창출이 이뤄진다면 골백번이라도 고쳐 죽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불출마 결정에는 이주영 의원이 지난 3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총선 패배 책임자들의 불출마를 강하게 주장한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최 의원은 자신이 출마하면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백의종군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그는 “나의 불출마를 계기로 더는 당내에 계파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반목하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비상이 걸린 친박계는 서 의원에게 출마를 다시 요청했다. 이완영 의원은 “지금은 서청원 말고는 대안이 없다”며 “수락해줄 것으로 믿는다. 나가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도 이날 “당이 반목과 대립을 반복하는 구도기 때문에 (서 의원이)나서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심정”이라고 말해 사실상 추대론에 동조했다.
동시에 친박계는 이주영 의원을 폄하하고 나섰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 의원은 안티가 많다”라며 “화합을 해낼 수 있는 서청원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도 이 의원의 면담 요청을 즉각 거부했다. 최 의원은 “평소에 찾아오지”라며 “(만나면)불공정 시비가 일 것 아닌가”라고 했다. 만남 자체가 지지 의사로 비칠 것에 대한 우려다. ‘서청원 추대론’에 대해선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설도 제기된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서 의원 개인적으로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한 부담, 후반기 국회의장 도전 등을 감안해 나가지 않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친박계 후배들의 요청과 청와대쪽 설득으로 인해 출마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말했다.
비박계는 일단 반색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충정에 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뜻을 존중한다”고 했고, 김용태 의원도 “견고했던 당내 패권주의가 여론의 압박 속에 무너지기 시작한 전조”라며 ‘사필귀정’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서 의원 추대론이 사그라들지 않자 경계심을 나타냈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최경환 대신 서청원이 나온다면 이게 무슨 계파청산이냐”며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친박들이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는 증거”라고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친박계 핵심은 차기 지도부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이 대선을 위해서도 옳은 길”이라며 “만약 서 의원이 나오면 나도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투표 여부, 강력한 변수로 작용
이번 당권 레이스의 승패는 결국 최대 30만명에 달하는 당원들의 표심이 총선 후 어떻게 바뀌었느냐에 따라 갈리게 된다. 총선 책임론에 무게가 실릴 경우 설령 서 의원이 출마하더라도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비박계로서는 절호의 찬스를 잡은 셈이지만 문제는 개별 경쟁력이다. 비박계 후보인 정병국, 김용태 의원은 계파청산과 당 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강성 비박 이미지가 강하고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게 약점으로 거론된다. 비박계가 승기를 잡으려면 친박의 분화를 유도하되 비박은 단일화하는 이른바 ‘일대다(一對多)’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일단 새누리당 의원들은 서 의원 불출마시 이주영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서 의원이 안나오면 이주영 의원이 가장 유리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은 반면 비박계 중진 의원은 “당심은 곧 민심”이라며 “비박계 역전승이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모바일 투표, 1인 1표제, 컷오프 제도 등 경선 룰을 어떻게 확정하느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경선 룰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다. 비박계는 모바일 투표에 찬성한 반면 친박계는 “편의적 발상”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면 20~40대 투표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유불리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위원장을 맡게 된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른바 ‘돈선거’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전당대회는 최고위원 후보들이 최소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쓰다는 게 정설이었다. 기탁금만 8000만원에 달하고 캠프 사무실 운영, 선거운동원 고용, 문자메시지 발송, 현수막과 홍보물 제작 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일부 후보는 선거 브로커를 고용하거나 자비
[신헌철 기자 / 김명환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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