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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당 분위기는 시종일관 긴박했다. 국민의당은 오전 6시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두 의원과 구속된 왕주현 사무부총장 등 3명에 대한 정치적 책임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27일 오후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가 모여 법원이 왕 사무부총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소집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당은 오전 7시부터 열린 정책 워크숍이 끝나자마자 8시 30분께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물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오전 의총에서는 당헌당규에 따라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검찰이 기소하면 당원권을 정지시키면 된다는 신중론과 국민정서에 따라 출당 등의 정치적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강경론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중론을 주장하는 쪽은 당헌당규가 이미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데 이보다도 강한 제재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어느 당도 기소되면 바로 당원권을 정지하는 엄격한 당헌당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더구나 왕 사무부총장은 구속됐지만, 현역 의원들은 아직 기소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당헌당규상 적용하기가 좀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출당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는 탈당할 경우 의원직이 박탈되지만 출당으로 제명될 경우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어 국민 입장에서 꼼수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 등 지도부는 이후 오전 10시30분께 다시 한 번 최고위를 열어 잠정 결론을 내린 후 오후 4시 의총을 소집해 의원들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두번째 최고위 회의에서는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두 번째 최고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 총회에서 동의를 구해야 한다”면서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에 대한 조치를 두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충돌하면서 국민의당 내부 혼란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전 의총에서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분출돼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상처는 남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지도부도 이번 사건의 대응 과정에서 일정 부분 책임이 있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목소리가 나온 것은 지도부가 사건 초기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동안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 당 지지율이 추락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면서 쌓여온 불만이 터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안 대표가 3번의 대국민사과를 하긴 했지만 진상조사를 위해 출범시킨 진상조사단이 당사자들을 조사하지도 않은 채 중간결과를 발표하는 등 사태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제윤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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