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참패 후유증을 털어내기 위해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새누리당이 10일 20대 국회 첫 정책워크숍을 열고, 당내 고질병인 ‘계파’의 청산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새 지도부는 계파라는 단어를 일체 소거해야된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은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다함께, 협치, 새롭게 혁신’이라는 슬로건 아래 이날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워크숍을 가졌다. 지난해 ‘총선 승리’ 구호로 구설수에 올랐던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의 영향으로 애초 계획했던 1박2일 일정을 당일치기로 축소했다. 1박2일로 치르면 불가피하게 술자리로 이어지고, 여기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눈총만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인삿말에서 “계파 문제는 이제 정치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며 “또다시 계파 타령을 하면 당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이라는 하나의 용광로 속에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한다”며 “계파를 내려놓고 민생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의도 정쟁에 매몰되지 않고 민생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정권 재창출이란 지상 목표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며 “대선 승리의 한 길을 함께 간다는 동지의식을 갖고 함께 뚜벅뚜벅 앞만 보고 걸어가자”고 주문했다.
이틀 늦었지만 원 구성 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정 원내대표는 당내 상임위원장 선출도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자고 권유했다. 그는 “13일 오전 의총 열어서 8개 상임위원장 후보를 정할 것”이라며 “표 대결까지 가는 경우는 가급적 줄이자. 중진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거중조정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은 전·후반기를 통틀어 16명의 상임위원장을 배정할 수 있는데, 현재 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는 3선·4선은 모두 24명이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도 인사말을 통해 “이 나이에 저 자신을 바꾸는 일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집권 여당을 바꾸는 일을 마다않고 이 자리에 섰다”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모두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지난 총선에서 우리 새누리당을 향해 폭발한 국민의 분노가 어느 지점에서 시작됐는지 정확히 집어내는 데부터 혁신이 시작된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김무성 전 대표, 서청원 전 최고위원, 최경환 의원 등 거물 인사들은 모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당직자 인사말을 경청했지만, 특강이 시작되자 이따금씩 조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첫 정책워크숍을 관통하는 정책 키워드는 ‘노동개혁’이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장수 정치학박사 등 특강에 나선 연사들은 노동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날 ‘노동개혁과 청년일자리 창출’ 특강을 통해 “정부가 적극적 고용 정책을 통해 늘어나는 일자리에 청년과 장년의 적성에 맞게 취업할 수 있는 고용 정책을 펼치겠다”며 “노사정 대타협의 중심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해소다. 노동개혁 입법이 금년에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시급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50여분간 진행된 특강 중에 여러 의원이 졸거나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이어 오후에 진행된 ‘20대 국회와 대선전략’ 특강 강사로 나선 김장수 박사 역시 대선 승리를 위해 노동개혁 과제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대선이 1여년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은 후보조차 제대로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인물난도 문제지만 정책적으로 노동개혁 과제와 경제활성화 정책을 재정비해서 기반을 단단하게 다져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아래’을 관람하고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가 진행하는 양성평등 교육도 받았다.
이날 워크숍에선 복당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부의장에 선출된 심재철 의원은 4·13 총선 과정에서 탈당한 무소속 의원 7명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사견임을 전제한 뒤“5명과 2명을 분리해서 처리하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2명은 유승민·윤상현 의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며 “5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대가 없기 때문에 다 받아들이지만 (유승민·윤상현 의원) 두 분에 대해서는 이유야 어쨌든 반대가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이날 워크숍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동료 의원’이던 김재원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인사차 방문했다. 김 수석은 20대 국회의 의미를 담아 수박 20통을 들고 와 눈길을 끌었다.
[김명환 기자 / 추동훈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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