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자마자 8일 정무수석 교체 등 청와대 비서진 추가 개편을 단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이번 비서진 인사는 일견 예상됐던 측면이 강하다. 4·13 총선 패배 직후부터 정무수석 교체설이 줄곧 제기돼 온 상황에서 시기가 문제일 뿐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돼 왔다. 교육개혁과 창조경제 현실화를 위해 교육문화·미래전략수석 교체설 역시 끊이지 않았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순방 직후 박 대통령이 일단 휴식을 취한 뒤, 이르면 내주중 참모진 개편에 나설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전날 교체를 통보받은 한 수석도 “교체될 것은 알았으나 그게 오늘인지는 솔직히 몰랐다”고 전할 정도였다.
‘휴식 모드’중에 박 대통령이 인적 개편에 나선 이유는 후반기 국정운영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휴식모드 이후 국정운영에 대해 매우 의미심장한 각오를 하고 있다”며 “다음주 본격적인 후반기 국정운영에 돌입하는 시점에서 청와대 인사까지 실시할 경우 동력이 분산될 우려가 있는 만큼, 휴식기간중 미리 진용을 새롭게 갖춘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초 이번주 예정돼 있었던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다음주(14일)로 미뤘다. 이 워크숍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독려하는 자리인 만큼, 향후 정부의 노동개혁 성패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난 행사다. 또 이번주 원구성 협상이 타결되면 20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점도 다음주부터다. 파견법 등 노동 현안에 대한 국회와의 전략적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개혁과 동시에 대학구조조정 등 교육개혁 작업도 조만간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번주가 ‘휴식모드’로 표현되고는 있으나 사실상 다음주부터 본격화할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준비 기간’인 만큼, 이번 수석비서관 인사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순방 전엔 국회법 개정안의 기습적인 처리를 막지 못해 거부권 행사 빌미를 제공하고, 순방 직후엔 국회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립 등 ‘협치’와는 거리가 먼 논란이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점도 정무수석 교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여야 원내지도부 회동 직후 벌어진 ‘임을 위한 행진곡’ 갈등, 4·13 총선 패배 책임론 등도 교체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임 김재원 정무수석은 친박 핵심으로 손꼽힌다. 친박이 주류인 새누리당과의 호흡을 고려한 결정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여권의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히는 만큼, 여소야대 국회와의 관계 조율과 파견법 등 핵심법안 처리를 위한 전략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김 수석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정무수석은 대통령 국정철학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정치권과 협력을 이끌어 내는 자리 아니냐”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달려가고 협의해 나가면서 얽힌 실타래를 풀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총선때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지난달 24일 중국외교학원 방문학자로 활동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가 박 대통령 부름을 받고 2주만에 귀국했다.
일각에선 그가 전임 현기환 수석과는 또다른 측면에서 ‘공세적’ 이미지를 갖고 있어 ‘협치’가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 친정 체제를 강화하고 대야관계도 강공책으로 나가겠다는 인사로 보인다
한편 잇달은 인사개편으로, 청와대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의 투톱 체제가 굳건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를 포함한 정책 분야는 안 수석이, 공직기강과 각종 사회 이슈는 우 수석이 책임지는 구도가 명확해 졌다는 설명이다.
[남기현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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