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 이후 당 지도부가 공중분해된 상태였던 새누리당이 이달 중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각각 구성키로 11일 확정했다.
비대위는 일상적 당무와 함께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되 위원장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겸임한다. 혁신위는 당 쇄신책을 마련하는 별도의 특별기구 형태로 구성하고, 위원장에는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당선자 122명에게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이 같은 ‘투트랙’ 형태를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 원내대표는 4선 이상 중진 모임을 주재해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비대위는 최고위를 대신하는 임시 지도부 성격”이라며 “이와 별도로 혁신위를 구성해 전당대회까지 당 지도체제와 당권·대권 분리 문제, 정치개혁안 등 혁신안을 완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잠복해 있는 계파간 세력다툼이 예상되는 전당대회 시기는 애초 7월 이내에 치른다는 계획을 수정해 9월 정기국회 전까지로 시간 여유를 뒀다. 민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혁신위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7월 말~8월 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총선 이후 한달 여가 흐른 뒤에야 당선자 설문조사까지 하며 가까스로 의견이 모아진 셈이지만 당 안팎에선 쇄신 의지가 약화된 ‘어정쩡한 결론’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관심은 혁신위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쏠린다.
혁신위는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 이유를 진단하고 해법까지 내놓아야 한다. 또 계파를 불문하고 현행 집단지도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은데다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당권과 대권을 굳이 분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혁신위가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전당대회 전까지 두 달 남짓이고 개혁을 책임질 인물도 마땅치 않다는게 문제다.
새누리당은 지난 2009년 쇄신특위(위원장 원희룡), 2012~2013년 정치쇄신특위(위원장 안대희·박재창), 2014년 보수혁신특위(위원장 김문수) 등을 가동시킨 바 있지만 근본적 변화를 불러오진 못했다.
한편 혁신위원장 후보로는 당선자 설문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전 총리도 당의 공식 제안이 있을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이 밖에 인명진·김진홍 목사,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수성 전 국무총리, 조순형
당내에선 계파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쇄신 아이디어가 풍부한 인물을 더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혁신위원장 영입과 관련해 “일주일 정도 말미를 달라고 했고 그 안에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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