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이번 7차 당대회에서 ‘할아버지 따라하기’를 통해 김일성 주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제1비서는 개막식에서 김일성 주석이 평소에 즐겨입은 양복을 입었다. 평소 인민복 차림이던 김 제1 비서는 감색 양복에 넥타이를 맸다. 김 제1비서는 이와 함께 젊은 시절의 김 주석처럼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뿔테 안경을 착용했다. 김 제1비서는 당대회 첫째날과 둘째날 이틀 연속 양복 차림이었다. 배를 내밀고 걷는 모습도 생전 할아버지와 비슷하다.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80년 10월 열린 6차 당 대회 때는 인민복을 입었지만, 4차 당 대회 당시에는 양복을 착용했다. 이 때문에 김 제1비서가 2011년 집권 이후 지속해서 활용해온 김 주석의 ‘후광’을 이번 당 대회 때도 재활용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 박봉주 내각 총리, 김기남 당 비서, 리명수 군 총참모장, 조연준 당 제1부부장, 박봉주 내각 총리, 장철 국가과학원장 등 40여명의 당대회 토론자들은 김 제1비서를 찬양하며 충성경쟁 무대를 방불케 했다. 조선중앙TV가 내보낸 당대회 방송을 보면 박봉주 총리는 “김정일 동지께 가장 숭고한 경의를 드리며 우리당과 인민의 최고영도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립니다”고 찬양했다. 김기남 비서는 김 제1위원장이 이날 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분석) 보고에서 제시한 과업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우리 당의 강화 발전과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조국통일과 세계 자주화 위업 수행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에 완벽한 해답을 준 백과전서적인 정치 대강”이라고 추켜세웠다. 리명수 총참모장은 “지금 조선반도에는 미제와 괴뢰역적패당의 피비린내 나는 침략전쟁 광기로 최악의 핵전쟁 발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며 “백두산 혁명강군은 당이 안겨준 혁명의 주력군으로서의 성스러운 사명을 명심하고 선군 조선의 미래를 총대로 담보하겠다”고 밝혔다.
충성경쟁이 지나치다 보니 현실성 없는 발언들도 난무했다. 강영철 수산상은 “당이 제시한 수산정책을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하나도 빠짐없이 0.001㎜의 편차도 없이 무조건 결사관철하겠다”고 말했다. 리종무 체육상은 “몸이 열 조각, 백 조각이 난다 해도 당의 체육정책을 철저히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제7차 노동당 대회를 맞아 8일자를 평소 6개 면에서 총 24개 면으로 늘려 발행했다. 신문은 특히 이날자 1면부터 12면까지를 7만2000여 자에 달하는 김정은 제1비서의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 내용으로 도배했다.
지난 6일 밤 공개된 당대회 집행부(주석단) 배치와 명단을 살펴보면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 책임자로 지목돼 유엔 등 국제사회 제재리스트에 오른 이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집행부 명단에는 박도춘 군수담당비서와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은 물론 군수경제 전반을 관장하는 조춘룡 제2경제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김 제1비서가 중요한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핵·미사일 개발 관련 핵심 전문가들을 예우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편 북한이 당대회를 취재하라며 100여 명의 세계 각국 기자들을 초청했으나 정작 기자들을 대회장 안에도 들여보내지 않은 채 며칠째 평양 곳곳의 ‘명소’로 안내하고 있다. 출발 직전까지 일정도 알지 못한 채 당국이 ‘엄선한’ 현장으로 끌려다닌 기자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수용소의 재소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외신 기자들은 평양 시내 전선공장과 협동농장, 백화점, 산부인과, 김일성 생가 등으로 안내됐다. 줄리 매키넌 미국 LA타임스 베이징 주재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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