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순번’을 놓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와 더민주 중앙위원회(이하 더민주)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 비례대표 순번이 2번에서 14번으로 밀리면서 김 대표 향후 결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1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비례대표 그룹 지정을 허물고 중앙위에서 후보자 35명의 순번을 일괄 투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로 출근하는 대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로 출입하며 ‘당무 거부’에 돌입한 김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 불참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35명 그룹지정을 허물고 20%인 7명을 당 지도부에서 전략공천하기로 했다”며 “중앙위에서 문제됐던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 동의를 구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대변인은 “대표께서는 자신이 노욕을 갖고 비례대표를 한다고 여기는 부분을 불쾌하게 여긴다. 승리를 위해서는 본인이 얼굴이 돼 선거를 지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김 대표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대위 중재안에 따르면 비례대표 명단은 기존 43명에서 35명으로 줄어들었다. 김 대변인은 “경제민주화에 4명 정도 들어가 있고, 과학계 4명, 장애인 3명, 외교안보·청년·노동·시민사회·변호사 분야에 각각 2명씩 들어갔다”며 “복지 분야에는 3명이 들어갔고 노인·다문화·농어민·당직자·전략 지역 각각 한 명씩 넣는 등 사회 각계각층 사람들을 비례대표 안에 넣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에 대한 ‘종북 발언’으로 당 정체성 논란이 불거진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명단에서 빠져 비례대표 출마가 사실상 좌절됐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전 대표는 비례대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순번이 김 대표 기존 구상과는 달라지면서 당무 거부를 시작한 김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도 관심사다.. 이날 출근길과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내가 응급치료하는 의사같은 사람인데 환자가 병 낫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더 이상 할 수가 없다”며 “(중앙위에서) 내가 마치 비례대표를 따먹고 큰 목적이 있어서 하는 줄 안다. 그게 제일 못마땅하다”는 말로 중앙위와 대립했다.
이날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담배 3대를 연달아 태우는 등 시종일관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몇 년 동안 금연해온 김 대표가 담배를 피운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 대표와 중앙위가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격돌한 부분은 김 대표를 포함한 더민주 지도부가 후보자들을 그룹별로 나눴다는 점이다.
더민주 당헌에 따르면 비례대표의 경우 당선 안정권의 20%만 지도부가 전략공천할 수 있다. 중앙위는 지도부가 후보자들을 A·B·C 그룹으로 나눠 당선안정권의 대부분을 미리 정해놓았다는 점이 당헌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반발에 김 대표는 “어제 (중앙위에서) 저꼴을 해서 표를 얼마나 깎아먹은지 아느냐”면서 “패권주의고 뭐고 패권을 행사하려면 똑똑히 해야 한다. 그따위 식으로 하지 말고”라며 당내 반발 세력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날렸다.
김 대표는 “소외계층을 비례에 하나 집어넣으면 더민주가 소외계층을 잘해줬다고 생각하느냐”며 “평소에 전혀 (소외계층 배려와는) 관계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좀 정직하게 살라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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