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안팎에서 ‘친노 핵심’으로 지목돼온 이해찬 더민주 의원이 20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됐다.
더민주는 14일 국회에서 공천관리위원회 심사 브리핑을 열고 이 의원 지역구인 세종시를 포함해 서울 중·성동을, 서울 은평갑을 전략 지역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이 의원은 더민주 소속으로 20대 총선에 나서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각각 서울 중·성동을, 은평갑이 지역구인 정호준 의원과 이미경 의원도 이날 발표로 공천에서 배제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유일하게 맞담배를 피울 수 있는 핵심 측근으로 꼽혀왔다. 더민주 현역 최다선(6선)인 이해찬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선거기획단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고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시절에는 민청학련 사건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투옥되는 등 ‘친노 핵심’ 뿐만 아니라 ‘운동권 핵심’으로도 지목돼왔다. 총선에 처음 출마한 1988년 13대 총선에서는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로 나선 김종인 더민주 대표를 서울 관악을에서 꺾고 국회에 입성해 이 지역에서만 5선을 지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초대 교육부장관을 맡아 교원 정년 단축, 두뇌한국(BK21) 사업 등 교육 개혁 현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원 정년 단축에 대한 반발로 1년 2개월 여만에 물러났다.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했을 때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출신이 당 대표를 맡은 현실이 안타깝다”며 탈당했다가 2011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으로 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친노 후보’ 이미지가 문제되고, 안철수 당시 후보 측에서 ‘낡은 민주당’과 손잡기를 거부하며 이해찬 전 총리의 거취를 후보 단일화의 걸림돌로 제기하자 당시 최고위원 전원과 함께 총사퇴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해찬 의원은 전면에 자주 나서지는 않았지만 비주류는 항상 이 의원을 ‘친노 막후 실세’라고 주장해왔다. 이로 인해 당내 중진 용퇴론, 험지 출마론 등이 제기될 때마다 빠짐없이 대상으로 거론돼왔다.
이번에도 ‘친노 핵심’이라는 이력이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이해찬 의원은 ‘중진 용퇴론은 선거 때마다 항상 나오는 이야기’라고 맞서며 지역구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기도 했다. 당시 개소식에 김종인 대표가 불참하면서 ‘컷오프 명단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선거 구도 전체를 놓고 고심 끝에 내린 정치적 결단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며 “이날 비대위 결정이 총선 승리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해찬 전 총리께서도 충분히 이해해주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더민주는 ‘친노 이미지’를 지울 수 있게 됐지만 세종시에 어떤 후보를 낼지에 대해 고민에 빠질 전망이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이해찬 의원과 세종시는 결코 단순하게 결정할 수 없는 지역구”라며 “극단적인 경우 이해찬 의원이 탈당했을 때 기존 조직력과 도움 없이 당선될 후보를 구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서울 중·성동을의 경우에는 경쟁력이 낮다는 게 공천관리위원회의 판단이었다”며 “이미경 의원의 경우 경쟁력이 낮고 의정 활동 등이 부진했다는 것이 공관위의 평가였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의원과 함께 ‘친노 핵심’으로 지목된 전해철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안산시 상록갑에 현역 단수 공천되며 생존에 성공했다. 서영교 의원도 서울 중랑갑 현역 단수 공천에 이름을 올렸다.
광주 서구갑에서는 현역인 박혜자 의원과 송갑석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른다. 설훈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부천시 원미을에서 장덕천 예비후보와 경선에서 격돌한다.
이날 더민주는 ‘국민의당 저격수’를 대거 배치하며 연대 논의가 더 이상은 어렵다는 점을 암시했다.
더민주는 김한길 전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과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지역구인 전남 여수을에 각각 전혜숙, 백무현 예비후보를 단독으로 공천했다. 김영환
여러 지역구에서 난색을 표해 공천 문제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던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최재성 더민주 의원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갑 공천이 확정됐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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