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측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전 정찰총국장)을 금융제재 명단에 올렸다. 남북관계 최고위급 북측 카운터파트를 제재대상으로 콕 찍어 지정한 것이다. 정부는 180일 이내에 북한을 겨쳤던 모든 선박에 대한 국내 항만 입항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8일 이석준 국무조성실장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범정부적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독자제재안 중에서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북한과 제3국의 단체 30곳·개인 40명을 금융제재 대상에 추가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번에 한국 정부의 제재명단에는 ‘대남총책’ 김영철 부장은 물론 미사일 개발 총책으로 평가받는 박도춘 전 당 군수담당 비서도 포함됐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주도해온 책임자급 인사들도 추가됐다. 또 북한에서 WMD개발에 관여하는 실무급 핵심인사들이 제재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린 것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점이다. 특히 정부는 북한 국적뿐만 아니라 북한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제3국 개인 2명과 단체 6곳도 제재명단에 넣었다.
다만 이같은 조치에 대해서는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독자제재 명단에 있는 거의 모든 개인·단체들은 한국인들과 금융·외환거래 실적이 없고 앞으로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남북간 교류협력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실제로 이들을 아프게 할 ‘한 방’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부장은 “정부가 김영철을 제재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전략적 의미보다는 ‘지금처럼 엄중한 국면을 초래한 장본인으로서 당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정부가 언제 전개될지 모르는 남북 대화국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징벌적’ 의미와 대북압박을 위한 국제공조를 고려해 (대북제재) 명단을 만든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 실장도 제재안 발표 후 질의응답때 향후 남북대화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김영철 부장을 제재명단에 올린 것과 관련해 “지금 그런(대화 악영향) 문제를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지금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압박과 제재를 해야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북한에 기항했던 외국 선박이 180일 내 국내로 입항하는 것을 전면 불허하는 등 해운제재도 대폭 강화했다. 이는 한국 기업 컨소시엄(포스코·코레일·현대상선)이 검토·추진중인 남·북·러 복합물류 프로젝트인 나진-하산 협력사업의 존립을 흔드는 조치다. 정부는 이날 독자제재안 발표에 앞서 외교경로를 통해 러시아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유엔 결의 논의를 지연시키면서까지 북한 나진항 활용을 예외로 인정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 측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한 해 약 100여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경우를 규제하기 위해 굳이 남북간 바닷길까지 전면 차단했어야 했냐는 비판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항로를 운행했던 선박은 대부분 중국 선적일 텐데 과연 이들이 운송하는 화물 금액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포기하고 남한을 선택하게 만드는 해운제재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이 실장은 불한산 물품이 제3국을 우회해 국내로 위장반입되지 않도록 현장 차단활동과 남북간 물품 반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등 기존 대북제재(5·24조치)를 철저히 이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관계 당국은 지난 2010년 5·24조치 시행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71건의 북한산 물품 위장반입 시도를 적발한 바 있다.
이밖에 정부는 앞서 내놨던 해외 북한식당에 대한 이용 자제 권고를 이번 제재안 말미에 재차 강조했다. 현재 국내 법
[김성훈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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