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대해 국회에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4일간 이어가면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4일 내내 정 의장, 정갑윤 부의장(새누리당), 이석현 부의장(더불어민주당) 3명이 3교대로 의장석을 지키고 있다보니 체력이 바닥난 것이다.
26일 의장실 관계자에 따르면 의장단은 상임위원장단에 의장 대리로 본회의 진행을 맡기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한 마디로 3명이 돌아가며 ‘당번’을 섰으나 체력 고갈을 느끼자 당번들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3명의 의장단이 하루를 3교대 체제로 할 경우 한 사람당 8시간씩 서면 되지만, 의장석을 잠시라도 비우기 어려운 탓에 일단 3시간에 한 번씩 교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충분한 수면시간이 보장되지 않고 모두 간이침대에서 짬을 내 쪽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제한토론이 4일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 의장(66), 정 부의장(64), 이 부의장(63)이 모두 60대로 체력이 고갈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정갑윤 부의장은 의장석에서 피로감을 이기지 못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의장단이 상임위원장들을 의장석에 앉히는 특단의 대책을 고려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현행 국회법상 의장과 부의장이 아닌 상임위원장이 본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일단 국회법상 상임위원장단도 본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지 유권해석을 받아볼 예정”이라며 “억지로 떠맡길 생각은 없
이 관계자는 또 “상임위원장까지 충원하는 것은 야당이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끝까지 버티겠다는 정 의장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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