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초부터 핵·미사일 도발을 강행하고 이에 정부가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하는 ‘초강력’ 대응을 펼치며 남북관계가 급속 냉각됐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선언 다음 날인 11일 정부는 개성공단에 대한 단계적인 인원·물자·장비 철수를 위한 구체적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로선 이같은 남북 ‘강 대 강’ 대치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대북·대남 정책 추진을 포기했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도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를 송두리째 얼려버린 ‘빙하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정부는 철수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인 132명만 개성공단에 올려보냈다. 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을 위해 입주기업당 트럭 1~2대 씩도 개성공단으로 들어갔다. 정부는 개성공단 출입 인원들의 신변보장과 입주기업 피해 최소화시키는 두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2013년 공단 재가동 실무회담때 수석대표를 맡아 현지 상황에 정통한 김기웅 현 남북회담본부장을 중심으로 대책본부를 꾸려 가동에 들어갔다.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에 대해 “개성공단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황 총리는 “통일부 등 관계부처는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환과 공단 입주기업 지원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드리는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한 잠정적인 ‘청산절차’에 착수하면서 앞으로 남북 간 치열한 물밑 신경전은 물론 큰 파열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로서는 체류인원 신변안전을 비롯해 모든 완제품과 원·부자재, 생산설비를 안전하게 되가져오는 것이 지상과제다. 반면 북측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몽니를 부려서 철수작업에 제동을 거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로 보인다.
남북이 각각 핵·미사일 도발과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큰 몽둥이를 꺼내들면서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3대 통일·외교안보 구상도 사실상 ‘백지화’ 수순에 들어섰다. 당초 박 대통령은 남북간 신뢰구축과 국제사회의 동참·지지를 전제로 이같은 한반도 평화정착 정책을 입안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 북측의 도발적 행위에 맞서 남북관계 ‘안전판(개성공단)’를 치우고 핵위협에 대응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에도 빠르게 신냉전 구도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대치국면에서 불안하게 명맥을 잇고 있던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도 사실상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산 발전·제철용 무연탄과 일부 물자들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사업은 국제 원자재값 하락과 수요 부족으로 가뜩이나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다. 기업들로서도 개성공단이 멈추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굳이 부담스러운 사업을 계속 끌고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통일부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는 민간기업 차원에서 이뤄지며 러시아 측과 협의가 진행중인 과정에서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가 중단단 상태에서 나진-하산 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남북 경색국면에 자체 추진하던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하고 관내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에 나셨다.
우선 경기도와 인천시, 강원도는 인도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추진하려던 접경지역 말리리아 공동 방역 사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경기·강원도가 지난해 평양에서 북측과 함께 주최한 국제유소년축구대회도 중단된다. 이와 함께 경기도·인천시는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조치와 관련해 관내 피해기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 가운데 경기·인천 소재 기업은 43%인 54곳에 달한다.
광주시는 북한 에너지 자립마을 지원, 북한
[박진주 기자 / 지홍구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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