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대북제재 국면이 ‘사드’국면으로 급속 전환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주한미군 배치에 착수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중관계 손상을 막아야 하는 난제에 직면하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이 미국 국민 또는 미군 시설을 위협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도 차단하기 위해 한반도 미사일 방어능력 향상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유엔 결의를 반복해서 위반하면서 핵무기를 시험했고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사드 한반도 배치 당위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한미간 협의가 끝나면 빠르면 1주일만에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피터 쿡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최대한 빨리 매듭지어지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북제재 문제에서 한미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일본도 한반도 사드배치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9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 논의를 지지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일본 정부는 또 사드의 일본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7일 “류전민 부부장이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해 한국이 한미가 정식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 논의를 시작한다고 선포한 데 대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가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중국이 그만큰 사드에 민감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 시스템이 순전히 북한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왔지만, 중국은 사드가 실제로는 중국의 미사일 무기체계를 무력화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관영매체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8일자 사설에서 한국의 사드배치 논의에 대해 “전략적 단견”이라며 “동북아 안정세를 더욱 불안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지난 27일에도 사설을 통해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한간 신뢰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서울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 한반도 문제로 중국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불만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다각적인 설득과 경고에도 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해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고, 한반도 사드배치 논의로 미국의 첨단 미사일방어체계를 코앞에 마주보게 됐다. 하지만 중국도 상황 악화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8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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