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새누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가 세(勢)대결 과시에 들어가면서 대치 전선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 주말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대구에 내려가 “대구경북(TK) 의원들이 뭐 했느냐”며 사실상 물갈이를 주장하고, 김무성 대표는 비박계 초·재선 50여명과 만찬을 하면서 “살아 돌아오라”고 하는 등 각각 세몰이 양상을 펼친 게 발단이 됐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서울시당 위원장은 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특정 계파에 대한 지지호소가 다른 지역에는 상당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 점 유의해서 최 의원은 말씀을 걸러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홍일표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최 의원이 상당히 섭섭했던 것 같은데 새누리당 의원 중에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겠느냐”면서 “김 대표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이렇게 믿고 노력해 왔다”고 반박했다. TK물갈이설에 힘을 실은 최 의원의 발언이 당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반면 친박계는 김 대표가 50여명이나 되는 규모의 계파 모임을 이끌었다면서 ‘지지율이 낮아지자 초조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대규모 회동을 마련하고 대표를 오도록 하느냐”며 “상향식 공천을 한다면서 계파 보스처럼 행동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공천 시기에 무엇을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하고 자중해야 한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의구심을 사는 처사는 단결을 해치는 패착”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아무 얘기도 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의 측근들은 “단순히 가볍게 하는 저녁 자리였고, 초·재선 의원들을 격려했을 뿐”이라며 “(최 의원의)TK현역의원 폄하발언이 오히려 더 적절치 않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박 챙기기’에 매진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예비후보(대구중남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최 의원은 “곽 후보는 달성에서 고민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2주 전에 중남구로 왔다”며 “중요한 결단력을 보여준 곽 후보가 중남구에 온 걸 주민들께서 환영해 달라”라고 추켜세웠다. 최 의원은 이날도 TK물갈이론을 내비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정말 우리라도 참 잘 도와야 하는데 (지금 의원들)이래서 되겠는가”라며 “대구 의원들이 도와주면 얼마나 좋겠나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곽 후보 개소식이 끝난 직후 곧장 부산으로 향해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부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른바 ‘진박 방문’이다.
반면 김 대표는 이날 철원 6사단 OP의 장병을 위로 방문하면서 계파 갈등의 양상을 잠시 누그러뜨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직접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안대희 전 대법관의 서울 마포 선거사무소에도 ‘꽃가마 논란’을 의식한 듯 참석하지 않았다.
친박 대 비박 대치 상황으로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장 선임도 차일피일 미뤄지고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가 추천하는 이한구 의원의 선임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었다. 두 계파 모두 상대 측이 공관위를 통해 자기 계파에 유리하도록 심사를 끌어갈 것이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공관위원장 후보리스트 초안에 이 의원이 올라가 있는 것은
[김명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