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만 가라해라, 종인이만 가라하란 말이다. 영령들이 나한테 말했어, 종인이만 가라고.”
광주 5·18민주묘역 참배를 위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은 지난 달 31일 한 70대 여인은 김 위원장 앞에 주저앉아 이같이 울부짖었다. 한국 야당의 기반인 호남, 그 중에서도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광주의 민심은 ‘제1야당’을 자처하는 더민주의 ‘선장’ 김 위원장에게 싸늘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호남 민심이 싸늘한 것은 과거 김 위원장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에 참여했던 전력 때문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5·18민주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탄생 배경이 된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 앞에서 직접 무릎까지 꿇었지만 광주 민심은 김 위원장 사과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전두환 살인마로부터 받은 훈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국보위 활동 참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큰소리 치는 ‘살인마 정권’의 앞잡이 김종인이 거짓과 가면의 탈을 쓰고 참배하러 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배를 마친 뒤 김 위원장은“5·18 당시 사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느냐. 아무리 권력 정치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저런 방법밖에 없나’하고 개탄했다”며 “(국보위) 참여를 했던 것에 대해 광주의 상황을 와서 보니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는 말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참배 일정을 마친 뒤 김 위원장은 광주시당으로 자리를 옮겨 비대위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더민주에)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새로운 것을 보면 뭔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막연한 생각에 당이 분열됐다”며 “4·13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이를 바탕으로 집권해야 광주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 일정을 마친 김 위원장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호남 민심 이반이 김 위원장에게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당내 강경파들에게 반격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최근 당 상황에 대해 “친노 세력을 비롯한 강경파들이 김 위원장 성격이 불같다는 걸 알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지금은 침묵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더민주 강경파는 2014년 9월 박영선 당시 원내대표가 당 수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이끈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고 하자 이 명예교수의 과거 전력을 문제삼아 거세게 반발했고, 이로 인해 박 전 원내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호남 반발이 계속되면 친노를 비롯한 강경파들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국회 밖에서 ‘국보위 망령’에 시달린다면, 국회 안에서는 ‘여야 합의 파괴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달 23일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이하 원샷법)을 2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북한인권법, 선거구 획정 논란 등을 놓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본회의 개의가 진통을 겪던 도중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진행된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원샷법과 선거구를 연계해 처리한다’는 방침을 천명하면서 본회의 개의가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여야 합의를 뒤집자는게 아니고 선거법이 중요하니 같이 처리하자는 것”이라며 “
[정석환 기자 / 광주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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