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선진화법 처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권력자’ 발언이 당내 계파 갈등으로 증폭되고 있다. 가뜩이나 20대 총선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두고 친박과 비박간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김 대표의 발언이 자칫 ‘불난 집에 기름부은 격’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8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작심한듯 김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서 최고위원은 “어려운 경제속에 노동법은 하나도 처리 못하고 선거구 획정도 안된 엄중한 시기인데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권력자는 김무성 대표 아니냐”며 비판했다. 이어 서 최고 위원은 “지금 김 대표 주변에도 완장을 찬 사람들이 매일 별의 별 짓을 다하고 있는데…”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가 공천 룰과 인재영입 등에 대해 번번이 각을 세우는 친박계를 두고 “권력 주변 수준 낮은 사람들은 완장을 차고 권력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며 말한 것에 대해 맞불을 놓은 셈이다.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도 서 최고위원을 거들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폭력 국회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일에 대해 잘못이 누구에게 있고 누구에게는 없다고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면서 “과거를 자꾸 현재 기준에 맞춰 자기 편리한대로 거론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최고위원도 “새누리당이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희화화되고 있다. 누가 진짜 권력자인지 (묻는) 수수께끼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친박계가 일제히 김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김 대표의 발언 시기와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김 대표의 권력자 발언은 국회 입법마비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이 사실은 박 대통령의 결단에서 비롯됐음을 은연 중에 알리는 효과가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2011년 11월 김선동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게 기폭제가 됐다. 이후 국회개혁에 대한 여론이 고조돼 여야는 총선을 불과 2개월여 앞둔 2012년 2월 국회선진화법을 만드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어 과반 이상을 확보하자 당내에서 통과 반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이 4월 25일 충북도당에서 열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서 “(국회선진화법은) 총선 전에 여야가 합의했고 국민께도 약속했다”며 논란을 종지부 찍었다. 결국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석 192명 중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으로 국회선진화법은 통과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통과에 목마른 박 대통령이 자신이 밀어부친 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혀, 일종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 되버린 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집권 여당의 수장인 김 대표가 식물국회 책임을 슬쩍 나눠질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엊그제 김 대표 본인이 선진화법 통과를 사과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대통령에게 책임전가하는게 말이 되느냐. 그게 당 대표로서 할말이냐”면서 “그럼 그때 사과한건 대통령 대신 사과를 해준건가”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의 발언은 당시 박 대통령의 결단을 친박계가 지지했다며 책임을 전가해 공천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상당한 공천 지분을 확보해 당내 장악력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권력자와 비권력자라는 프레임을 가져와 친박계에 맞서 본인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친박계인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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