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으로 20대 총선 출마가 사실상 좌절된 신기남·노영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의원을 구제하기 위한 탄원서 서명작업이 더민주 내부에서 진행되면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탄원서 서명을 주도하는 김성곤 더민주 의원은 28일 매일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징계가 확정되면 이번 총선 출마가 어렵고 나이를 고려하면 다음 총선도 힘들기 때문에 이분들의 정치 경력이 ‘갑질 국회의원’으로 끝나버린다”며 “이 분들이 10년 넘게 당을 위해 공헌한 것에 대한 고려없이 과에 대해서만 징계를 내린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날 밤 시작된 탄원서 서명에는 더민주 소속 109명 의원 중 40여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 ‘범친노’로 분류되는 노 의원과 신 의원에 대한 구제 활동으로 인해 당내에서 ‘친노 패권주의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민주 윤리심판원은 지난 25일 ‘시집 강매’ 논란에 휩싸인 노 의원과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이 제기된 신 의원에게 각각 당원자격정지 6개월,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임지봉 더민주 윤리심판원 간사는 징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엄중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징계 발표 사흘만에 ‘갑질 논란’ 의원들에 대한 구명 운동이 전개되면서 국민 눈높이에서 행동하겠다는 더민주 의원들의 약속이 공수표가 된 셈이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탄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더민주는 혁신하겠다고 주장해왔고 그중 하나가 도덕성 기준을 높이는 것이다. (윤심위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했다고 생각하는데 일부가 탄원을 제기하면 정치인들 눈높이가 국민들보다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탄원서 서명은)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고, 국회의
당내에서도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친노 등 주류가 주도하는 것 같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 영입으로 상황이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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