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질문을 수십 개 받았으니까 저도 한 개 정도는 질문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답을 하실 의무는 없으시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더이상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이런 것을 여러분께 한번 질문을 드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박 대통령은 국회 문제가 나오자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베트남 패망의 교훈까지 언급해 가며 국회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당사자인 대한민국 정치권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월남이 패망할 때 지식인들은 귀를 닫았고 국민들은 현실정치에 무관심이었고 정치인들은 나서지 않았다”며 “지금 우리가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국가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국민들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지난해 박 대통령 언급과 관련해 ‘진실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박 대통령은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지, 그 외에 다른 뜻이 없다”며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국회가 제대로 국민을 위해서 작동이 되지 않겠느냐, 국회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려은 이어 “적어도 20대 국회는 19대 국회보다는 나아야 된다”며 “20대 국회는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을 버리고 오로지 국민을 보고 국가를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국회선진화법 입법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대통령도 찬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이 법이 왜 만들어지게 됐느냐,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 그런 국회를 바로잡아서 대화와 타협으로 원활하게 국회를 운영하기 위한 취지로 된건데, 이런 좋은 취지를 살려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정쟁을 가중시키고 국회 입법기능마저 마비시켰다”며 “그래서 ‘그 때는 동물국회였는데 지금은 식물국회가 됐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선진화법을 우리 국회가 아직 소화할 능력이 안되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는게 박 대통령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일각의 개헌주장에 대해 염치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개헌얘기를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경제활성화·안보문제·청년고용 절벽 등 하루가 급한 문제가 뭔가 풀려나가면서 그런 얘기를 해야 국민 앞에 염치가 있는 것”이라며 “지금 모두 스톱이 되고, 발목 잡히고 지금 나라가 한치 앞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몰아가면서 개헌이란 말은 입에 떨어지지 않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당청관계 정립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당이 정부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면 ‘수직적’ 관계, 당이 정부를 비난하면 쓴소리는 하는 것이기에 ‘수평적’관계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사실 당청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정부는 당의 정강정책이 반영되도록 힘쓰고 당은 정부의 국정운영이 실현될 수 있게 뒷받침하면서 나라가 발전하도록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것이 당청관계이고, 당과 청은 두개의 수레바퀴”라고 덧붙였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야당이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은 민심이 실종된 정치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남기현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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