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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작고한 뒤 실질적으로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양대축인 호남과 친노 가운데 호남 세력이 이탈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박지원·주승용·박혜자·장병완·이윤석·김영록·김승남·이개호 의원 등 호남 의원들의 연쇄탈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인천 계양을의 최원식 의원도 탈당함에 따라 박영선 의원 등 수도권 일부 의원들의 후속 탈당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다음주 정도에는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구성을 완료할 전망이다.
권 고문은 이날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60년 정치 인생 처음으로 몸을 담았던 당을 저 스스로 떠난다”며 “참고 견디면서 어떻게든 분열을 막아보려고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소용이 없었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밝혔다. 권 상임고문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권교체를 준비해야 할 야당이 갈 길을 잃고 지금 헤매고 있다”며 “당 지도부의 폐쇄적인 당 운영방식과 배타성은 국민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는 말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권 상임고문은 향후 거취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권 상임고문은 바로 국민의당에 합류하기 보다는 ‘제3지대’에서 야권 통합 노력을 지속한 뒤 안철수 의원과 힘을 합칠 전망이다.
호남과 친노 세력은 1991년 이후 25년 동안 통합과 분열을 반복해 왔다. 1995년 7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민주당을 분당해‘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갈라섰던 적이 있으며 2003년에도 친노 중심의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면서 호남 중심의 새천년민주당과 분열됐던 적이 있다. 이날 권 고문의 탈당으로 사실상 두 세력이 또 다시 갈라선 셈이 됐다.
두 세력이 분열된 상태로 총선을 치른 것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과 2004년 17대 총선 두 차례 있었다. 1996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끈 새정치국민회의가 79석을 얻으며 약진한 반면 이기택 총재가 이끈 민주당은 15석에 그치며 참패했다. 반면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친노 중심의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은 반면 호남 중심의 새천년민주당은 9석을 얻으며 10석을 얻은 민주노동당에게도 뒤진 제4당으로 밀려났다.
비노 진영이 집단적으로 탈당한 최근의 야권 재편 과정은 1996년의 사례와 유사성이 많다. 영남세력이 당권을 장악한 가운데 호남을 중심으로 집단탈당하고 있다는 점, 탈당 세력이 유력 대권후보를 중심으로 헤쳐모이고 있다는 점 등이 공통점이다. 야권 신당 세력이 ‘국민의당’, ‘국민회의’등 ‘새정치국민회의’를 연상시키는 당명을 갖고 있다는 점도 1996년 모델을 희망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의원 중심의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제1야당으로 등극한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1996년 상황과 다른점도 있어 안철수 의원과 비노 진영의 희망대로 총선 정국이 흘러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996년 당시 이기택 민주당 총재에 비해 문재인 대표가 차기대선주자로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탈당 세력의 구심점인 안철수 의원이 1996년 김대중 전 대통령 수준의 호남 장악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지역기반이 없는 1996년의 민주당이 참패한 것처럼 호남축이 사라진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중심의 국민의당에 비해 총선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안철수 세력’과 ‘호남 현역의원 세력’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호남 의원 다수가 공천
[박승철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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