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 당이 지난 주말 창당발기인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당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습니다.
창당발기인 대회는 성황리에 이뤄졌고, 안철수 신당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관영 의원이 오늘 입당했고, 내일은 권노갑 고문이 더불어 민주당을 탈당해 합류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거침이 없습니다.
안 의원은 오늘 사람들을 이끌고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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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MBN |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한상진 /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1월11일)
- "이승만 대통령께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 땅에 도입하셨고 또 굳게 세우신 분입니다. 박정희 대통령 참배할 때는, 정말 산업 성장의 엔진을 거신 분이에요, 굉장한 헌신을 가지고 우리나라 근대화 또는 산업화를 몸소 이끄신 분입니다."
한상진 교수는 80~90년대 한국 사회의 대표적 진보학자였습니다.
이승만 정권과 유신체제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비판과 사회 정치철학을 학문의 토대로 삼은 후학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과거의 학자적 신념과는 다른 현실 정치적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해 의아해할 사람이 또한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 교수는 어쩌다 이렇게 우클릭됐을까요?
안철수 의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제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그들 세력의 대안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물론 안 의원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공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두 세력의 공을 추켜세우기보다는 그들 세력의 과를 부각시키는데 더 열중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구시대적인 대립구도 속으로 끌어들여 낡은 정치로 규정지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국회의원(1월10일 국민의당 발기인대회)
- "국민의당은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이 낡은 정치 바꾸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치개혁에 맞서는 어떠한 시도에도 굳건하게 저항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배려가 있는 나라, 그리고 실패한 사람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는 나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
이승만 박정희 묘역을 참배한 안 의원은 오늘 광주를 찾아 김대중 묘역과 내일 노무현 묘역을 참배할 예정입니다.
그들의 발자취를 쫓되,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만방에 알리고자 하는 겁니다.
그렇게 자신을 구별짓기하고자 합니다.
산업화 세력을 대변하는 새누리당과 민주화 세력을 대변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모두 극복한 새로운 국민의 당의 모습을 그리고자 합니다.
합리적 개혁, 합리적 보수라는 그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안철수 의원의 머릿속에는 그려져 있을까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입니다.
안철수 의원을 따르는 사람들의 면면이 벌써부터 실망감을 주고 있습니다.
영입 1호로 발표됐다가 2시간 30분 만에 철회된 허신행 허 전 장관은 안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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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MBN |
▶ 인터뷰 : 허신행 / 전 농림부 장관
- "1~3심 무죄를 받은 사건인데 안 의원측에서 이를 몰랐다가 뒤늦게 영입을 취소했다. 안 의원과 국민의당은 소명절차도 없는 졸속 영입 취소로 제가 씻을 수 없는 인격살인을 받게 한 데 대해 정식 사과하라"
허 전 장관은 안 의원이 '배려가 있는 나라,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죄 없는 저 같은 사람을 영입한 뒤 배려는 커녕 여론의 지탄을 받도록 한 것은 갑질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회견 당일 황주홍 의원의 연락을 받고 갔는데 영입 케이스가 돼 있었고, 영입 취소도 귀가하는 길에 뉴스를 듣고 알았다고도 했습니다.
창당 발기인으로 선정됐다가 급히 취소된 문팔괘 전 서울시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팔괘 전 의원은 2003년 9월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던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를 뒤에서 잡아챘던 인물입니다.
▶ 인터뷰 : 문팔괘 / 2003년 9월, 민주당 당무회의
- "국회의원이 되어서 오늘날. 한다는 게 한나라당 데려다가 이렇게 발기인 해놓고서 무슨 소리야. 국회의원을 어떻게 들어왔어 우리당에.. "
분당을 막으려 했던 그가 이제 안철수 신당으로 가는 발길을 보면 정치가 무엇인지 씁쓸함을 낳게 합니다.
어쨌든 뜻이 맞지 않는다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것이 안철수 의원이 추구하는 새정치는 아닐 겁니다.
권은희 의원의 신당행도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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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MBN |
▶ 인터뷰 : 권은희 / 1월11일 광주 5.18 묘역 참배 후
- "천정배 의원하고는 문제의식이 정확히 같았기에 같이 고민을 얘기하고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 가슴에 벌써 국민의당이 많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천정배 신당으로 갈 줄 알았던 권 의원은 대세를 정확히 읽은 걸까요?
그러나 그의 이런 선택을 놓고 철새 정치인 이미지를 연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천정배 신당과 안철수 신당이 결국 통합될 것이라는 권 의원의 설명보다는 천정배 신당보다 조금 더 세보이는 안철수 신당을 선택했다는 세간의 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이런 모습이 안 의원이 추구하는 새정치일까요?
류근찬 전 의원은 이런 안 의원을 트위터에서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안철수는 시집 안 간 처녀 땐 신선해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2~3번 시집갔다가 과수가 된 걸레가 (돼)버렸다”
“지금 누구와 결혼한들 무슨 관심이 있고 정체성이 확실하겠냐. 불안한 출발은 당연하다”
“새 인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냐. 안철수가 헌 인물이 돼버렸는데 새 인물이 몰려들 턱이 없다. ‘걸레들의 행진’. 걸레는 빨아도 걸레”
여성 비하적 표현으로 비난 여론이 크긴 하지만, 류 전 의원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안철수식 새정치에 '신선함'이 없고, 안철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참신함'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뿌리깊은 양당 체제에서 신당이 뿌리를 내리기는 결코 간단치 않습니다.
그 틀을 깨고 안철수 의원은 차별화를 선보여야 합니다.
그게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아직 단언하기 이릅니다
부르디외식으로 표현하자면, 안철수 의원의 아비투스는 산업화와도, 민주화와도 닿아 있지 않습니다..
그런 그가 서로 적대적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구별짓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게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