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임시국회가 마지막날까지 파행을 겪으며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등 9개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는데 실패했다. 여야 모두 ‘네탓 공방’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압력서 벗어난 책임있는 집권당”을 촉구하며 갈등의 골만 깊어져 법안 및 선거구 획정안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유철 원내대표는 “19대 국회의 법안 가결률이 30% 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과거 국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민생에 대해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일관한 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법안을 재단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했다”며 국회 파행의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렸다. 이어 원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수단으로 변질돼 야당갑질법, 국회마비법으로 전락해버렸다”고 덧붙였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선진화법 개정을 통한 국회 정상화를 당론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국회선진화법 폐지에 힘을 실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 완화, 현행 5분의 3인 쟁점법안 의결정족수를 과반수로 완화, 법사위원장의 권한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1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 이후 9일부터 1월 임시국회를 곧바로 소집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타협을 모르는 독단적인 횡포로 국회마비 사태가 벌어졌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날 열린 더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이 지도부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지만 어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며 “새누리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이기 때문에 청와대 허가 없이는 한 획도 고치지 못하거나, 법안처리가 안되면 어려운 경제상황을 야당에게 전가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기업활력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우리 당의 우려가 일부라도 해소되면 언제라도 처리할 자세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거구 획정안의 처리가 무산되자 이날 오후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이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약 3개월 간 22차례의 위원회의를 개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야 동수로 구성된 획정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재적위원 3분의 2이상을 의결요건으로 하는 의사결정구조의 한계까지 더해져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선거구 획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선관위 사무차장으로서 지난해 7월부터 획정위원장을 맡아온 김 위원장은 선거구가 없어지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
획정위는 정의화 국회의장으로부터 지난 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받았으나 여야 동수 추천으로 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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