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백년 정당’ 포부는 공동 창업주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으로 무너졌다. 야권 세력의 거대한 한 축이던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대한 의사를 드러내면서 야권 세력은 70년 역사 동안 끝내 해결하지 못했던 ‘분당(分黨)’을 다시 한 번 눈앞에 뒀다.
안 전 대표의 탈당과 함께 야권 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호남 민심을 차지하는 정치 세력이 야권 재편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호남 민심’…누가 품을까
‘친노 세력’이 주축이 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 민심의 반발은 역대 투표 결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호남 민심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야권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득표율 90%(광주 92.0%·전북 89.3%·전남 863%)에 가까운 몰표를 몰아줬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4·29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 광주 서구을)되고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 등 호남 세력이 탈당하는 등 호남 민심의 이반이 계속됐다.
여론조사 결과 역시 안 전 대표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10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안 의 호남 지지율이 13.9%에서 28.5%로 한 주 사이에 2배 가까이 높아졌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호남 지지율이 24.3%에서 15.8%로 8.5% 포인트 하락했는데 박 시장 지지층이 안 전 대표에게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당시 조사에서 문 대표는 호남 지지율 14.2%를 기록하며 3위에 그쳤다.
비주류로 꼽히는 최원식 의원은 안 전 대표가 탈당하기 전 “안 전 대표가 탈당하면 호남 민심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反) 문재인’ 정서와 함께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 등과 힘을 합쳐 기세를 탄다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기선제압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유성엽 황주홍 등 호남 비주류 의원들까지 가세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에서 참패를 당할 수도 있다. 다만 문 대표, 박 시장의 호남 지지율에 ‘전북 터줏대감’ 정세균 전 대표의 지지율을 합치면 안 전 대표를 앞설 수 있어 호남 민심을 둘러싼 야권 경쟁은 끝까지 가봐야 분명해질 전망이다.
◆벌써 10년… 野, 선거마다 ‘이합집산’
최근 10년 동안 계속된 야당의 분열과 통합의 역사는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새천년민주당은 2002년 대선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하며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국 정당’을 목표로 삼은 당내 신당파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분열을 피하지 못했고 이때부터 ‘친노’와 ‘비노’의 뿌리깊은 갈등이 시작됐다. 안 전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역시 결국 당내 주류로 성장한 ‘친노 그룹’과 비주류의 갈등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탄핵 역풍’에 힘입어 제1야당으로 우뚝섰지만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친노’와 ‘비노’의 갈등 속에 다시 한 번 이름을 바꿨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 등 열린우리당 탈당파 80여명, 손학규 전 대표 등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탈당파가 야권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열린우리당은 결국 이들과 통합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정동영 당시 후보를 내세운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마한 한나라당에 완패한 대통합민주신당은 2008년 열린 총선에서 ‘박상천 민주당’과 합당했지만 총선에서도 완패하며 당 위상이 추락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은 정권탈환을 목표로 다시 한 번 재편됐다. 2011년 12월 문 대표·문성근·이해찬 등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세력, 한국노총,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을 창당해 총선에 나섰지만 모두 패했고
[정석환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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