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산업통상자원위원회 산하 피감기관에게 자신의 시집을 강매한 의혹을 받으면서 출판기념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의 아들 로스쿨 졸업시험 합격로비 의혹,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건설 사업 관련 후원금 수뢰 의혹 등이 겹치면서 정치권 전반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는 형국이다.
출판기념회의 경우 그동안 상당 부분 투명화 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노 의원 사건으로 관련 제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던 정치권에 대한 질타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희망하는 여야 정치인들이 최근 앞다퉈 ‘북콘서트’로 이름만 바꾼 출판기념회 개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파장이 주목된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입법로비나 불법 선거운동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면서 출판기념회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책으로 펴내고, 정치를 보다 깊이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사며 토론을 경청한다는 의미에서 기본적으로는 좋은 취지다. 그러나 정치자금모금이 까다로와 지면서 ‘경조사비’로 분류돼 회계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출판기념회 모금은 정치인들의 우회적 정치자금 조달 통로가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과거 국회의원의 입법활동과 관계된 사람들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하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네는 입법 로비의 창구가 되거나 유력 정치인들에게 보험을 들려는 기업 관계자들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야도 이같은 출판기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반영해 지난해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출판기념회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공직선거 예비후보자는 출판물을 판매하거나 입장료 등 대가성 금전을 받는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해 2월 출판기념회에서 도서를 정가에 판매하고 수입·지출 내역의 중앙선관위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국회의원윤리실천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 발의때만 요란했을 뿐 여야는 또다시 ‘잠수모드’에 들어갔다. 발의 이후 현재까지 소관 상임위 논의는 전무한 상황이다. 여야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북콘서트나 출판기념회의 편법적 관행은 다시 횡행하고 있다. 실제 한 중진의원의 출판 기념회에서 최근 사라졌던 모금함이 발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자체장의 경우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 업무시간을 활용해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일도 발생했다. 국회의원 소속 상임위 피감기관에서 한 사람이 참석해 여러 권의 책을 구매하거나 책을 다량으로 구매하고 영수증을 발행한 뒤 책은 그대로 반납하는 사례도 발각됐다는 후문이다. 노영민 의원의 사례처럼 출판기념회 당일에는 의례적으로 참석만 한 뒤 나중에 책을 별도로 구매해주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순기능도 있는 출판기념회 자체를 금지하기 보다는 보다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면 서예전이나 사진전 등으로 형태를 돌릴뿐 아무 소용이 없다”며 “수입·지출이 투명하지 않고 로비창구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되는 만큼 이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배 정치평론가는 “출판기념회나 북콘서트는 자신을 알리고 선거에 쓸 실탄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어서 쉽게 근절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제재하기 보다는 보다 투명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저서 판매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노영민 의원에 대해 윤리심팜원 회부 등의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중진이고, 국회 상임위원장이기 때문에 주시해서 보겠다”며 “당 윤리심판원 회부도 검토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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