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저녁 7시30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
이곳은 지난 13일 발생한 테러 당시 희생자(90명)가 가장 많았던 곳이다. 극장 앞엔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들과 촛불들이 쌓여 있었다.
검정색 정장 차림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흰색 국화 꽃다발로 헌화를 하고 두 손을 모은 채 묵념을 하며 희생자들 넋을 기렸다.
묵념이 끝나자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과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가 박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펠르랭 장관과 인사를 나누며 “테러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우리는) 항상 프랑스와 함께 할 것”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펠르랭 장관은 “지난주 금요일 프랑스에서 추모행사를 열었다. 테러로 희생당한 대부분 희생자들은 젊은 층이었다. 이로 인해 젊은 층과 젊은 예술인들의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며 “대통령님께서 피곤하시고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테러 현장을 방문해 강한 연대감을 표명해 주신데 대하여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테러 현장엔 박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정상들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테러 현장에 오기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열었다.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 방한 때에 이어 2년만의 양자 회담이다.
회담은 오후 6시20분 시작해 40분 가량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북핵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한 핵문제를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뤄나가야 한다. 북한이 올바른 현실 인식을 갖고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재고해 의미있는 비핵화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인 역할을 평가한다.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러시아측이 적극적인 협조와 지지를 해달라”며 거듭 당부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북핵 불용 원칙하에 외교적 방법을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첫 공식일정이었던 COP21이 끝난 후 박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청정에너지 혁신미션’ 출범식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여러 정상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정작 오바마 대통령은 지각을 해 조우가 불발됐다. 박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과 함께 50분 가까이 기다리다 한·러 정상회담 일정 때문에 행사장을 나섰다. 출범식 행사는 보지도 못했고 예정됐던 연설도 홈페이지 게시로 대신했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선 외교결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러 및 미·중 정상회담 등 일정이 길어지면서 약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박 대통령은 시간에 맞춰 한·러 정상회의장에 도착했으나 이번엔 푸틴 대통령이 지각해 회의가 다소 늦게 시작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테러현장 방문이 1~2시간 늦춰지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파리(프랑스) =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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