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었어. 반기문, 무대(김무성), 서청원, 손학규, 이인제...기라성같잖아. 이 어른만큼 하는 사람이 없어.”
김기수 전 대통령 수행실장(70)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사흘째인 24일에도 장례식장 곳곳을 쉴새없이 돌아다니며 조문객들이 행여 불편함이 없는지 살피고 있었다. 누구보다 컸을 슬픔을 그렇게라도 잊기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그는 YS를 1979년부터 37년간 그림자처럼 수행해 왔다.
이날 빈소에서 기자와 만난 김 전 실장은 “1979년인가...최기선(전 인천시장) 선배하고 그 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를 찾아갔었지”라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잠시 허공을 응시하던 그는 이내 너털웃음을 지으며 “입사시험까지 봤지”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유신 말기 일종의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던 곳이다.
김 전 실장은 “언론사에서도 같이 시레기 된장국 먹던 사람들이 다 사장이 됐더라”며 무상한 세월을 돌아봤다.
이어 “민주산악회와 전국 산을 다 돌았지만 백두산을 못갔다”며 “각하와 꼭 백두산에 가기로 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비서에겐 얼굴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한양대 재학시절 민주화운동에 동참했고 YS 사람이 된 뒤로는 민주화추진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며 언제나 YS 곁을 지켰다. YS가 하루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기수야 어딨노”였다는 얘기까지 회자될 정도였다. YS의 민주자유당 총재 시절엔 보좌역, 대통령 당선 뒤엔 수행실장이 됐다.
1998년 퇴임 후에도 전직대통령 비서관(1급)으로 상도동을 떠나지 않았다.
37년 전 YS를 만나 ‘면접시험’을 통과했을 때의 마음일까. 이날도 마지막 ‘수행’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인재를 보는 안목은 김 실장에게도 적용됐음이 분명하다. 조문객들도 가장 먼저 김 전 실장부터 찾았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빈소에 도착해 “끝까지 아버지(YS)를 모시던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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