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1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의 입관식이 치러졌다. 입관식은 부인 손명순 여사와 차남 현철 씨를 포함한 유가족과 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덕룡 전 비서실장 등 지인 4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하게 진행됐다.
원래 오전 10시에 입관식이 예정돼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방문 일정 등으로 인해 입관식 시간이 조정되기도 했다. 뒤늦게 유족들은 입관식 준비를 위해 10시 45분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김 전 대통령이 입관식 전 수의로 환복을 하는 장면을 지켜볼 때는 지인들이 모여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눈물과 피아노 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손 여사는 휠체어를 탄 채 굳은 얼굴을 하고 입관식장에 들어섰다.
민주 투사로 격정의 현대사를 이끈 주인공이지만 관에 누운 김 전 대통령의 얼굴은 구김살 하나 없이 평온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여사는 삼베 수의를 입고 편히 누운 김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한동안 응시하며 남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 모습을 본 차남 현철 씨는 오열을 터뜨리며 슬픔을 토해냈다.
장로인 한기붕 극동방송 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입관식에서 지인들은 대체로 차분한 모습 속에 간혹 눈물을 닦아내며 고인을 애도했다.
입관식에서 보인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은 지난 2009년 타개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사뭇 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머리를 짧게 깎고 화려한 샛노란색 수의를 입었던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백발의 머리를 유지한 채로 비교적 수수한 노란색 수의를 입고 잠들었다. 장례 절차 역시 천주교 의식으로 입관식을 치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달리 이번 김 전 대통령의 입관식은 개신교 예배로 입관식이 진행됐다.
관 역시 형태가 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됐던 관은 향나무 재질로 당시 세브란스 병원 측에서 마련했고, 상판과 측판 좌우에 대통령 상징인 봉황 휘장과 전·후면에는 무궁화 휘장이 금장으로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관은 유족들이 마련한 것으로 고동색에 윤기만 조금 도는 나무 무늬만 있는 수수한 관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 측은 “한국식 팔각형 모양의 관 보다는 서양식의 직사각형 형태의 관을 선택했다
이날 입관식에 참석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마지막 고인의 모습이 어땠느냐는 물음에 “아주 평온한 얼굴로, YS(김 전 대통령)답게 하나도 구김 살 없이 훤하니 좋더라. 만감이 오갔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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