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처신이 어제오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새누리당은 애초 오늘 윤리위원회를 열어 김 전 원장에 대해 탈당 권유를 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명을 의결할 예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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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일 김 전 원장을 직접 불러 소명을 들은 뒤 결정하기로 잠시 보류시켰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제명이라는 결론이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김 전 원장의 항변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전 원장은 새누리당에 보낸 소명서에서 자신이 해당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8월에 팩스 입당을 신청한 뒤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지원 유세했다는 것인데, 김 전 원장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입당허가서나 당원증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새누리당 당원이라는 인식 없이 정영주 야권 후보 사무실을 방문했다는 겁니다.
사회자가 발언을 요청해 주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설명한 후 격려와 덕담수준으로 정 후보를 칭찬하는 말을 한마디 했다는 겁니다.
정 후보의 선거유세에 참석하거나 연설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정말 김 전 원장은 해당 행위를 하지 않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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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대목은 새누리당에 팩스로 입당원서를 낸 이후에 자신의 입당이 받아들여진 것인지 왜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겁니다.
그렇게 까맣게 잊고 지낼 만큼 의미 없던 일이었을까요?
또한, 새누리당에 팩스 입당원서를 낸 사실을 숨긴 채 그 이후로 계속 야권 진영 사람인 것처럼 하고 다녔다는 걸까요?
야권 후보 사무실까지 방문할 정도라면 이는 너무나 뻔뻔한 처신입니다.
새누리당에 입당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야권 후보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았어야 그 진정성이 있다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해당 행위 여부를 떠나 사람들은 그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만복 전 원장의 말을 들어보죠
▶ 인터뷰 : 김만복 / 전 국정원장 (9일 CBS 뉴스쇼)
- "노무현 대통령의 어떤 안보정책 내지는 대북정책에 제가 깊이 관여했기 때문에 그쪽하고 정서가 맞았지. 내 기본적인 정서나 내 주변은 약간 보수적입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나하고 정서가 맞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나와)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에 가 있잖아요. 그 사람들하고 나하고는 좀 맞겠죠. 진보적이다, 보수적이다 하는 측면에서는 제 사고의 틀은 보수적입니다. 내가 국정원장 출신으로서 종북 좌파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주변으로부터 상당히 부담이 되죠."
노무현 대통령과 맞았지만, 자신은 보수적이다?
이 말도 사실은 궤변에 가깝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정원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이런 정책이 맞았다는 걸까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북한을 압박하기보다는 포용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는데, 이것이 김 전 원장과 맞았다는 걸까요?
이런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이 자신과 맞았는데 어떻게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평했을까요?
궤변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를 궤변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입니다.
신 총재는 오늘 MBN 뉴스 빅5와 전화인터뷰에서 김 전 원장이야말로 소신과 멘탈이 강한 사람이 평가했습니다.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매도하는 정치권이 잘못됐다고 탓했습니다.
그리고 대북전문가인 그를 영입해 종북인명사전을 완성하겠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그런데 김만복 전 원장 쪽의 답변이 놀랍습니다.
신동욱 총재의 말을 빌자면, 공화당 측 관계자가 김만복 전 국정원장에게 영입제의를 하자, 김 전 원장은 기다려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잘못 들은 듯싶어 두 번 세 번 물었지만, 확실히 기다려달라는 답을 들었다는 겁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새누리당에서 출당되면 공화당이라도 들어가려는 생각일까요?
김 전 원장 쪽에 확인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신 총재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김 전 원장은 엽기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습니다.
김 전 원장은 소명서에서 새누리당에서 오픈프라이머리 제도가 채택되지 않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수밖에 없을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이 아니면 무소속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다른 쪽으로는 공화당 입당도 검토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입당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한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 수장을 지냈고, 한 정부의 대북과 통일 정책을 결정했던 사람의 처신치고는 너무나 가볍습니다.
정말 국회의원 뱃지때문에 이런
금뱃지를 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달기까지 그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편안한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박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