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유승민 의원처럼 능력있고 소신있는 정치인을 껴안고 가야 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총재가 9일 대구 경북대병원에 마련된 고(故) 유수호 전 의원 빈소를 찾아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질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작심한듯 유 의원 편에 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부친인 유 전 의원은 지난 7일 밤 별세했다.
‘대쪽’이란 별명으로 불렸던 이 전 총재는 여든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정정하고 곧았다. 그는 유 의원에게 “고생했다”고 나직히 속삭이며 손을 꼭 잡았다. 이어 유 의원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유 의원을 가리켜 “같은 정치인으로서 평소에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라며 “앞으로 성공하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또 “대구는 의리와 기개로 세우고 앞길을 선도했다”며 “이런 정신으로 박 대통령을 모시고, 소신있는 유 의원을 키워 큰 정치인이 되길 바라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구 물갈이론’에 대한 질문에는 “빈소에서 할 이야기는 거기까지”라며 선을 그었다.
이 전 총재와 유 의원간 인연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 의원을 여의도연구소장으로 발탁해 등용시킨 사람이 바로 이 전 총재다. 현재 계파는 각각 다르지만 이른바 ‘이회창 키즈’는 여권 핵심부에 두루 포진해 있다.
얼마 전 서울 마포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 열린 이회창 전 총재의 팔순 기념 모임에는 나경원·김정훈·윤상현 의원 등 2000년대 초반 이 전 총재의 특보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모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유승민 의원은 물론 최경환 경제부총리, 진영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이 전 총재의 손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정계 일각에는 조심스럽게 이 전 총재의 정치 재개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현실 정치에 뛰어들진 않더라도 막후에서 훈수를 두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후배들을 적극 도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는 지난 9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 특강’을 했고, 지난 달에는 ‘실크로드 경주’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에도 이채관 전 자유선진당 홍보위원장(서울 마포을), 최형철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서울 송파갑), 지상욱 새누리당 서울 중구 당원협의회 위원장(서울 중구) 등 옛 이회창 사단의 멤버들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아울러 이 전
[김명환 기자 / 대구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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