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방 개혁이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무기·장비 도입 사업을 둘러싼 방위사업비리가 끊이질 않고, 지난해 윤일병 집단구타사망 사건과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병영혁신 대책이 나왔지만 대국민 불신은 여전히 높다. 지난 19일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X)사업의 기술 이전을 둘러싼 혼선으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 대한 문책 인사가 단행된 데 이어 20일 국군의 상비병력 규모를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국방개혁이 1년여만에 8년이나 늦추는 방안이 확정됐다.
정부는 20일 국무회의를 열어 상비병력 규모를 약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첨단 무기·장비를 확충하는 내용을 담은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지속되는 핵무기 등 북한의 비대칭 전력 위협과 국지도발 가능성을 감안해 병력 감축목표를 2030년으로 늦췄다. 개정안은 또 장교나 준·부사관 등 간부 비율을 전체의 40% 이상으로 편성하는 계획과 예비전력을 감축하는 계획도 각각 2030년까지로 조정하기로 했다.
군 병력 감축은 노무현정부 시절 추진됐다. 당시 정부는 2005년 9월 상비병력을 2020년까지 68만1000명에서 50만명으로 줄이겠다는 ‘국방개혁 2006~2020’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들어 2011년 3월 발표된 ‘국방개혁 2012~2030’에서 감축된 병력규모를 52만2000명으로 늘리고 목표연도는 2022년으로 2년 늦췄다.
국방부는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현재 63만여명인 상비병력 규모를 오는 2022년까지 52만2000명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1년여 만에 병력감축 규모를 또 다시 8년이나 미루면서 병역자원 수급에 대해 정확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수호의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국방개혁안이 정권에 따라 널뛰는 ‘5년소계(五年小計)’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형전투기 사업도 당초 60대 사려던 것으로 F-35A를 최종 기종으로 선정하면서 가격이 비싸 40대로 줄였다. 이처럼 국방부의 병력 및 무기 도입 규모가 상황에 따라 늘었다가 줄었다해 ‘고무줄 정책’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 대령 출신의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당장 한 해 전에 향후 8년치 병력 소요를 판단하지 못하고 계획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박 원장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북한의 도발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병력을 감축하는 방안에 대한 반대 뜻을 밝히면서도 “전투 대비태세에 필수적인 ‘군살’을 빼는 노력도 시작하지 않고서 무작정 (감축) 시기만 늦춘다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와 군 당국의 근본적 고민을 주문했다.
한편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춤추는 국방개혁안이 책임에 둔감한 역대 정부와 군 지도부의 무사안일에 의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정밀한 상황판단 없이 도식적으로 목표를 설정한 정부도, 당장 자리보전에만 급급해 현실성없는 계획을 세워 다음 정부로 미뤄버리는 군 수뇌부도 문제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김관진 현 국가안보실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전문가는 “김관진 실장은 근 10년간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장관,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정책결정 요직을 거쳤다”며 현재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국방개혁 현안에 대해 그가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 비현실적인 국방정책을 입안했던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 청문회에 나서 증언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군 병력을 감축하면 부대 개편과 함께 군 장성 등 고위직도 줄어 들지만 상부지휘구조
[안두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