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현행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정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나섰다. 야당은 ‘역사뒤집기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해임문제까지 연계해 정국이 이념 논쟁으로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7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현재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일관되게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 대한민국사관으로 써져 있다”며 “좌파적 세계관에 입각해 학생들에게 민중혁명을 가르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또 “산업화의 성공을 자본가의 착취로 가르쳐 기업가 정신이 거세된 학생들을 만들고 배우면 배울수록 패배감에 사로잡히고 모든 문제를 사회 탓, 국가 탓만 하는 시민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정책 포럼에서는 “미래세대가 긍정적 사고를 갖고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도록 하기 위해서는 역사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전환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 친박계인 이정현 최고위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역사교과서는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소수의 편향된 의식을 가진 집필진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다”며 “ A사의 집필진 6명이 2011년도에 교과서를 끝내고 2014년도에 다른 출판사로 옮겨서 북한에서 김일성 우상화에 상징적으로 쓰이는 보천보 전투 같은 내용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면서 정국을 이념대결 구도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과거에도 주요 선거를 앞두고 이념 대결 양상이 벌어지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6·2 지방선거다. 그 해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했고 이명박 정부는 5·24 조치를 발표하며 대북 강경노선을 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때는 무상급식 논쟁이 불붙었고 2012년 총선때도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간 야권연대가 이념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는 이념 논쟁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지지세력 결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야 대결이 정국의 주요 의제가 되면서 공천권을 둘러싼 여당과 청와대 간의 갈등을 희석시키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야당도 세 결집에 나서며 반발했다. 야당은 이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고영주 이사장의 이념적 편향 논란을 고리로 대여(對與) 공세에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밀어붙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신독재로 되돌아가려는 시도이자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강행할 경우 정부와 여당을 유신잠재세력으로 단정짓고 정치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새정치는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문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규정한 고 이사장을 강력히 규탄했다. 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을 통해 고 이사장 해임과 박근혜 대통령 사과를 촉구했다.
대여 이념 투쟁을 계기로 ‘대동단결’한 야당 의원들은 이날 의총에서 거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설훈 의원은 고 이사장을 “변형된 정신병자”라고 표현했다.
청와대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니 내심 국정 교과서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년 2월 교육문화 분야 업무보고 때 대통령 발언
[김선걸 기자 / 우제윤 기자 / 김강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