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방문을 계기로 정치외교분야 뿐 아니라 한중 양국간 ‘역사공조’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대통령은 4일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방문해 “재개관식은 우리 독립항쟁 유적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한중 양국이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국 현지에서 발행된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박 대통령은 임정청사를 거론하며 “지난 세기에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함께 어려움을 극복했던 ‘환난지교(患難之交)’의 역사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라면서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들이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와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 하얼빈 안중근 의사 기념관 등 중국 각지의 한국 독립운동 사적지 보호에 적극 협조를 해 준 데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중국과 정치외교적 공조를 통해 북핵 등 북한문제 해결의 키로 활용하는 동시에, 역사문화적 공조를 통해 일본의 역사퇴행적 인식 개선을 위한 압박의 무기로 삼겠다는 전략을 보여준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청사 재재관 행사에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중국측과 협조해 중국내에 독립항쟁 유적의 보전과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정부 청사가 위치한 골목길에 들어서자 마자 기다리고 있던 독립유공자와 유족대표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박은식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의 손자인 박유철씨와 이상룡 대한협회 회장 증손자인 이항증 씨,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미 씨 등이 박 대통령을 맞았다.
이어 임시청사의 1층과 2층을 관람한 후 3층 전시실로 이동해 참관하며 한인 2세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해 운영했던 인성학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항일운동을 하던)그 어려운 시절에도 교육을 중시해 가지고...”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방명록에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뤄내겠습니다. 2015.9.4.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썼다.
이같은 박 대통령 행보에 맞춰 중국측이 ‘한중 역사공조’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도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 2013년부터 일본 아베 내각의 역사왜곡이 심화된 뒤 임시정부의 항일 유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잇따라 추진해왔다. 공공외교를 통해 한중 양국간 연대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이번에 재개관한 임정 청사에서도 이런 의도를 발견할 수 있다. 중국측이 발굴해 처음 공개되는 김구 선생 기고문이 대표적이다. 1944년 7월 중국 신화일보에 쓴 ‘중국 항전과 한국 독립’이란 글에서 김구 선생은 “한국 임시정부는 중국 당·정·군 등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한중간 긴밀한 협력이 이어진다면 ‘일본 도적’(日寇)을 타도해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와 한국 독립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이번에 재개관한 임시정부 청사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이후 1926년부터 1932년까지 6년간 사용한 건물이다. 임시정부는 이후 중일전쟁 전세에 따라 항저우 창사 광저우 충칭 등지로 청사를 옮겨다녔는데, 가장 오랜 기간 사용한 상하이 청사가 대표성을 인정받는다.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를 집필하고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준비한 곳도 바로 상하이 청사다.
임정 청사의 존재는 한중 수교 이전인 지난 1988년부터 우리 정부와 상하이시가 공동으로 실시한 유적 조사를 통해 확인됐고, 이후 복원 작업을 거쳐 1993년 4월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하지만 상하이의 경제성장과 주변 지역 재개발계획으로 지난 2007년 철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때 임정 청사를 보존하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시진핑 중국 주석이다. 당시 상하이시 서기였던 시주석은 “한국민에게 성지같은 의미를 가진 임정 청사를 보존하라”고 지시를 내려 임정 청사가 철거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취임 직후인 6월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국측의 중국내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에 합의했고, 이때부터 중국 정부의 임시정부 항일 유적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엔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며 기념사업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젠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베이징 = 김선걸 특파원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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