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국회에선 오히려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제한하는 법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기준 의원이 엘리엇 사태로 시끄러운 지난달 17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최대주주나 그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막는 것이다. 중립적인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제고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 법은 결국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간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주주만 막을 경우 외국계 펀드가 대주주가 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가면서 사외이사 선임권을 얻게 되는 반면 원래 경영권을 가졌던 최대주주 측은 역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같은 당의 우윤근 전 원내대표가 지난 5월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이 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한 주주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자회사 경영진의 위법행위로 자회사에 손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모회사까지 손해를 입더라도 현행법상 모회사 주주가 직접 취할수 있는 수단이 없어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큰 상황이다. 투기세력이 모회사 지분을 인수한 뒤 자회사에 대한 소송을 남발해 주가를 떨어뜨려 저가에 주식 매입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 역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논란이 있는 제도다. 이를테면 3명의 이사를 뽑을 경우 주주가 가진 3표를 한 명의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해 소액주주도 이사 선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현재는 정관을 통해 기업이 이를 채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있는데 이 법안은 ‘단계적 의무화’ 규정을 새로 넣자는 것이다.
비슷한 취지의 법안들도 상당수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의 김영주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도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명시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만우 의원이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반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법안은 정치권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됐다는 지적에 따라 방어를 용이하게 하는 법안이 간간이 발의되긴 했으나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재계는 SK와 소버린간 분쟁, 칼 아이칸의 KT&G 지분 매입 등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포이즌필, 차등의결권주,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장치를 법제화할 필요성을 제기해왔으나 국회는 이를 외면했다. 18대 국회 때인 2010년 법무부가 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채 사장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회가 소수주주 보호라는 가치에 매몰돼 경영권 방어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경영권 관련 법안에 균형 감각이 있어야 한다”며 “경영권 남용 방지 법안에 쏟는 노력만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법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석훈 전경련 팀장도 “개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러한 제도들이 현실적으론 외국계 펀드에 의해 경영권 위협수단으로 악용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게 문제”라며 “그렇지않아도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에게 무기까지 쥐어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부 국회 의원들은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법안을 발의하거나 검토 중이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최근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현재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사유(안보, 공공질서 유지, 환경보호, 법령 위반 등)에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 공격에서 경영
[이상덕 기자 / 우제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