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불편해도 어쩔 수 없는 참석해야 하는 자리가 있고,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럴 때 마다 얼굴 표정 관리하기가 무척이나 힘듭니다.
오늘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그런 불편한 자리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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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인만큼 유승민 원내대표가 참석했고, 결산보고를 위해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이 참석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와는 절대 같이 갈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인 청와대를 대신해 온 이병기 실장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병기 실장을 대한 유승민 원내대표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요?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얼굴을 붉힐 일은 없지만, 상황인 상황인지로 결코 편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누구보다 친밀한 사이여야 할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비서실장의 관계가 왜 이렇게 됐을까요?
두 사람은 회의 시작 전 7분간 차를 마셨습니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병기 실장은 박 대통령의 심중을 전달했을 것이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을까요?
회의가 시작되자 유승민 원내대표는 때로는 이병기 실장을, 때로는 박 대통령을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강동원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늘)
-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기 위한 것이다. 저는 이렇게 판단하고 있어요. 이거 잘한 일이라고 보십니까?"
▶ 인터뷰 : 이병기 / 청와대 비서실장(오늘)
- "그건 의원님 말씀에 조금 비약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인터뷰 : 강동원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늘)
- "그럼 청와대가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지시하면 전부 따르는 위치입니까?"
▶ 인터뷰 : 이병기 / 청와대 비서실장(오늘)
- "당연히 오해신데 저는 전혀 그런 지시한 적이 없습니다. (누구 지시에요?) 저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늘)
- "저는 위원장으로서 의원님들의 질의에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하실 때, 또 여기에 출석한 청와대 간부들에 대한 표현을 하실 때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주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려고 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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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유 원내대표의 사과처럼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뜻일까요?
하지만, 청와대는 그럴 뜻이 없어보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로서는 다음주 월요일이 운명의 날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월요일이 되면 모든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될까요?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한다면, 비박계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있을 겁니다.
또 새로 원내대표를 뽑아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새누리당내 선거에서 친박계가 비박계를 이긴 적이 없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서청원-김무성 대표 대결도, 이주영-유승민 대결에서도 비박계가 친박계를 눌렀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몰아냈지만, 또 다른 비박계가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향후 국정운영에서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고, 정치적으로도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를 우려한 친박계에서 차기 원내대표를 추대 형식으로 뽑는다면 이는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겁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아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친박계 의원들은 반발할 것이고, 이에 맞서 비박계도 세 과시에 나설 겁니다.
유 원내대표와 일을 함께 할 수 없다던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권위는 급격히 떨어질 겁니다.
결국 월요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선택이 어떤 쪽으로 이뤄지더라도 새누리당과 청와대 양쪽 모두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운명의 날이 될것 같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유승민 사태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과 비서실장의 무용론, 비서관 3인방의 실세론이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들은 '여왕과 공화국' '이병기 실장 사표 던져라' 등의 자극적 제목으로 청와대의 실태를 꼬집고 있습니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오늘 부인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 인터뷰 : 강동원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늘)
- "비서실장이 청와대 3인방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대통령으로부터 독대도 못하고 있다. 이런 항간에 소문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 인터뷰 : 이병기 / 청와대 비서실장(오늘)
- "그걸 저 이상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언제든지 독대할 수 있고, 무슨 보고든지 드릴 수 있고 아직까지도 3인방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에 대해서는 저로써도 자괴감을 느낍니다만 그런 사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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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은 이 실장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그렇고, 이병기 비서실장도 그렇고 대통령이 소통을 많이 하신다고 수없이 강조했지만, 왜 사람들은 대통령이 불통이라고 생각할까요?
언론의 호도일수도 있지만,가끔 비춰지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사람들을 놀래키기 때문일 겁니다.
'분명 참모들이 있을텐데 왜 그걸 조언하지 않을까, 못했을까, 했는데 대통령이 안들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2년 반 남았습니다.
레임덕
그럴 때마다 여권내에서 삐걱거림의 소리는 더 커질 것입니다.
그게 정치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