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전분열에 빠졌던 야당이 사태를 수습하는 걸까요?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보기 드문 화기애애한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러브샷을 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이윤석 의원이 주최한 여름보양모임에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참석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건배사를 외쳤습니다.
이 원내대표가 '문'을 외치면, 사람들은 '재인'을 외쳤고, 문 대표가 '이'를 외치면, 사람들은 '종걸'을 외쳤습니다.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놓고 당을 깨느냐는 말까지 주고 받았던 두 사람이 다시 관계를 회복한 걸까요?
어제 이종걸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종걸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보따리를 다 풀어놓고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더 이상 적전분열이란 오명이 쌓이지 않도록 하겠다"
하지만, 이종걸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습니다.
러브샷까지 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관계가 회복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문재인 대표의 말을 들어볼까요?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거의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뜸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잘 될 것으로 믿습니다."
서로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으르렁 거렸던 앙금을 러브샷 하나로 털어내기는 역부족일까요?
당 안팎에서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 에 다시 출석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철회할 수는 없는 것이고, 문 대표가 적정 수준의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비노계는 더한 것을 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바로 내년 총선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당 대표와 사무총장의 힘을 빼놓을 수 있는 견제장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문 대표가 이 당근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비노계는 분당을 비롯한 여러 카드로 문 대표를 압박할 것입니다.
김한길 전 대표는오늘 한 모임에서 양당 정치의 종식을 예언했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진영 논리에 갇혀 싸움만 일삼는 양당 중심 정치는 이제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지 모른다. 양당 정치에서 양당은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분당의 조짐이 없습니다.
양당 구도가 흔들린다면, 그건 전적으로 야당의 분열에 따른 것일 겁니다.
새누리당내 비박과 새정치민주연합내 비노계가 힘을 합칠 수도 있지만, 정치적 색깔로만 놓고보면 두 세력이 뭉치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김한길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을 예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이 위태위태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갈라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결속을 다지게 하는 외부 힘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대립각입니다.
야당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기를 은근히 바랄지 모릅니다.
박 대통령의 힘을 빼놓을 수 있기때문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한다면 박 대통령의 힘은 더 강해지거나 당분간 유지될 것이고 야당은 힘겨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박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대립구도 속에 야당은 지금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치고 받고 싸워도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싸움이나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부 싸움을 멈치고 힘을 합해 대외적으로 야당의 위상을 찾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경제정당 행보에 다시 시동은 건 것도 그 이유일 겁니다.
야당을 뭉치게 하는 것은 또 있습니다.
성완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입니다.
사실상 대선자금과 특사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소되는 사람은 이완구, 홍준표 두 사람 뿐입니다.
증거가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수사 의지가 없어서일까요?
어느 쪽이든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검찰 수사결과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야당은 틀림없이 특검을 요구할 겁니다.
그리고 검찰과 여권을 향해 강한 압박을 가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싸움을 멈추고 분열을 멈춰야 합니다.
싫어도 서로 손을 잡아야 하고, 러브샷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러브샷도 언제까지 싸우고 있을 수는 없다는 현실적 측면이 작용했을 겁니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당청 갈등을 빚어도, 내부적으로 치명적 약점이 드러나도 야당이 대안세력이 될 수 없다는 믿음은 야당이 생각하는 것
이런 인식을 깨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분열과 갈등, 분당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