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4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를 성 전 회장에게서 특별사면 관련 청탁을 받은 인물로 보고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건평씨는 이날 오전 10시40분께 특별수사팀 조사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했다. 그가 청사에 출석하는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건평씨가 조사실에 도착한 직후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조사를 개시한 점을 언론에 알린다”면서 “변호인이 동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건평씨는 일단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연말 특사를 앞두고 성 전 회장 측에게서 사면 대상자에 포함되도록 정부에 힘써 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남기업 임원이던 김모씨가 성 전 회장의 부탁을 전달하기 위해 건평씨의 자택을 찾아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같은 지역 출신인 건평씨와 오랜 기간 친분을 쌓은 인물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건평씨는 최근 몇몇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 측 사람이 접근해 왔지만 (특사 부탁을) 단호히 거절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별수사팀은 건평씨를 상대로 당시 성 전 회장에게서 어떤 부탁을 받았는지, 김씨와 접촉한 이후 노무현 정부의 특별사면 업무 담당자에게 청탁한 적이 있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건평씨를 상대로 성 전 회장과의 금품거래 여부도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팀이 건평씨를 직접 소환한 점에 비춰 특사 로비 의혹의 공소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검찰이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건평씨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건 이번이 4번째다. 지난 2004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2008년에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2012년에는 회삿돈 횡령 사건에 각각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호철씨를 서면조사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과 금품거래를 한 정황이 새로 포착된 정치인 2명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오후 검찰에 출석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리스트 속 여권 인사 8명 중에서 절반 5명이 서면조사를 받았는데 리스트에 이름이 없는 데다 야당 대표를 지내기도 한 김 의원을 소환하는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오는 26일이나 27일께 검찰에 출석하는 방안을 놓고 검찰과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과 이 의원 모두 성 전 회장과의 금품거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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