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통 끝에 5월 국회를 마무리했던 여야가 6월 임시국회 의사 일정을 잡지도 못한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야의 갈등에 야당내 내분까지 겹치면서 국회가 ‘국정’은 아예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여야는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잡기 위한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개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을 볼모로 6월 임시국회 개최에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모든 여야간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굳이 6월 국회를 빨리 해야한다는 생각이 없다”면서 “총리 인사청문회 결과와 국회법 개정안 부분이 문제되고 있어 청와대가 어떻게 하느냐를 지켜보고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일단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국회를 열고 국회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 공방으로 그냥 지나치기에는 6월 국회에서 처리할 현안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경제활성화·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크라우드펀딩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각종 법안이 국회에 대기하고 있다. 특히 크라우드펀딩법은 이미 지난 5월 정무위에서 여야간 합의가 끝난 사항인데도 6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다면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질타가 나올 법한 사안이다.
6월부터 본격 활동이 시작될 공적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기구는 국가 재정 건전성과 국민 노후 생활 보장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청년실업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시급한 과제로 평가된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의 경우 찬반여부를 떠나 세수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라는 평가다. 특히 결산은 6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중 하나다. 행정부의 예산 사용 내역을 꼼꼼히 점검하는 것은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6월 국회에서 결산이 의결돼야 정부가 이듬해 예산편성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6월 국회의 이같은 산적한 현안을 남겨둔 상황에서 여야는 국회법과 황교안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문제로 대치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황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여야 간사는 1일 인사청문회의 본격적인 진행을 위해 첫 만남을 가졌으나 인사청문회 기간(이틀 혹은 사흘)문제와 황 후보자의 자료 제출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조윤리협의회가 제출한 황 후보자의 변호사 수임 자료와 관련해 “사건수임 자료도 부실하고, 19건은 내역 자체를 지워버렸다”며 고의 삭제 의혹을 제기했다. 정의당은 황 총리 후보자가 과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5일동안 근무한 대가로 1억1000여만원을 축하금 또는 보험금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불법적이거나 잘못된 부분들은 없으며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나중에 상세하게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일부터 실시하는 의원워크숍에 대해서도 개최 시기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과 황교안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문제가 풀린 뒤 국회를 열고자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같은 현안을 풀고 국회를 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도 의원워크숍을 먼저 실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4·29 재보선 패배 뒤 친노와 비노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의원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사실상 시급한 국정 현안보다 당내 갈등 봉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셈이다.
올해 초 국회 의사국이 예정했던 국회 의사
[박승철 기자 / 정의현 기자 /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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