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고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청와대와 국회가 정면 충돌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종걸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29일)
- " (박근혜 대통령께서) 헌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헌법 공부를 좀 하셔야겠는데요"
▶ 인터뷰 : 김진태 / 새누리당 의원 (30일)
"정작 헌법 공부해야 할 사람은 (이종걸 원내대표) 본인. 사시 늦게 된 이유가 다 있다“
하지만 야당과 여당의 갈등, 야당과 청와대의 갈등보다 관심을 끄는 건 새누리당 내부입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친박과 비박이 다시 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가 상위법 취지에 어긋나는 시행령을 만들 경우 국회가 수정하도록 한 겁니다.
시행령은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입니다.
쉽게 말해 국회가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을 침해한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이고, 국회는 상위법과 충돌하는 하위 시행령은 문제가 있으니 고칠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삼권분립 위헌 얘기까지 나오면서 국회와 청와대 모두 한치의 양보가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
- "정부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히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취지는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그리고 우리 경제에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 들일 수 없습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번 정부 들어서는 처음입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올라온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이고, 그 새누리당내에서도 친박이 다수였기에 대통령의 뜻과 어긋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로 바뀌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를 강조했고,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겠다며 당선된 사람들입니다.
대통령의 뜻보다는 자신들의 판단과 정치적 입지에 따라 국회 일을 처리한다는 뜻입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조해진 /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 "입법권은 법률과 시행령이 합치될 때 완성된다.국회의 시정요구가 위헌 위법할 경우 불복, 권한쟁의 등 행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대응을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이런 당 지도부에 일종의 경고일 수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일단 몸을 낮췄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중요한 것은 이 국회법 개정의 내용이 위헌이냐 아니냐 하는 게 중요합니다. 당 기구에서 균형감각이 있는 헌법학자들을 불러다가 논의를 하고, 또 우리 의원들이 거기에 대해서 알아야 하니까 그런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습니다. 또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그렇게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을 하고 결국 그것은 대통령의 뜻과 우리 당의 뜻이 다를 수가 없는 거죠."
박 대통령과 대립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법 처리과정에 관여했고, 이런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처리되는 과정도 수시 보고를 받았습니다.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의중을 알았다면 합의해주지 말았어야지, 왜 그때는 합의해줬을까요?
그리고 왜 지금은 대통령 뜻을 존중한다고 했을까요?
과거 공무원연금법 여야 합의를 청와대가 비판하자 벌컥 화를 냈던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당시 김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와 관련한 여야 합의안에 대해 청와대가 비판하자,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하고 나니까 이럴 수 있느냐"며 불쾌감을 직접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김 대표의 몸 낮추기는 어쩌면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과 관련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 지지도에서 김무성 대표는 24.2%로 18.3%를 기록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앞섰습니다.
4주째 1위입니다.
5.18 전야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연이어 물세례를 받았지만, 국민통합 행보를 이어간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박정희, 노무현 대통령을 찬사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이런 통합 행보는 현 권력인 박 대통령과도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현 권력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지금은 몸을 낮추면서 적을 만들지 않고 관리를 해야 할 때라는 겁니다.
이런 해석이 과연 맞을까요?
김 대표의 속내가 이런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청와대나 친박계는 김 대표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윤상
거부권이 행사돼 국회법 개정안이 당으로 되돌아오면 다시 한번 친박과 당 지도부 사이에 설전이 오갈 것 같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