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8일 수중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은 잠수함이 아니라 물속에 잠겨 있는 바지선에서 발사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군사문제에 정통한 올소스 애널리시스의 조지프 버뮤데즈 선임분석관은 12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 콜(화상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버뮤데즈 분석관은 “북한 언론이 공개한 사진자료를 보면 마치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것과 같은 인상을 받지만, 나는 이것이 사실인지 여부에 상당한 회의를 갖고 있다”며 “수심 몇 미터 아래에 놓인 바지선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언론이 잠수함 탄도탄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인 10일, 민간 위성업체인 디지털 글로브가 신포 남부 조선소 부두 전경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판독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가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부두에 정박된 잠수함 바로 옆에 가로 10m×세로 22m 크기의 바지선이 계류돼있다. 정박된 잠수함 꼭대기에는 탄도탄 발사에 쓰이는 높이 9.4m, 넓이 1.7m의 수직발사관이 관찰됐지만 실제로 발사실험에 쓰이지 않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의 이 같은 평가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 수준이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버뮤데즈 분석관은 “지난해 10월 잠수함을 진수한 북한이 6∼7개월 만에 잠수함 탄도탄을 시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이 수중 발사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현재 단계의 북한 기술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바지선에서 탄도탄 발사 실험을 한 것은 SLBM 개발의 초기 단계에 등장하는 통상적 실험이라고 전했다. 그는 “통상 SLBM 실험은 먼저 지상 실험을 하고 바지선 또는 수중 컨테이너를 이용한 사출시험을 거쳐 잠수함 발사실험을 한다”고 부연했다.
북한의 SLBM 개발 능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개발단계에 놓여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점증하는 위협(emerging threat)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경고했다.
버뮤데즈 분석관은 “이번에는 사출 실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며 이번에 사용된 것은 모의탄이 아니라 기술적 초기 모델로 봐야 한다”며 “북한이 SLBM 개발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면서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뮤데스 분석관은 북한이 공개한 수중발사 사진에 대해서는 폭발력을 과장하기 위해 포토샵을 이용해 합성한 사진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앞서 북한 언론은 지난 9일 탄도미사일의 수중 발사 성공을 알리며, 북극성이라고 쓰인 미사일이 검은 연기를 뿜으며 물속에서 솟구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북한 언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합치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면서 “미사일 주변에 화염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밝은 분홍빛 잔영이 수면 위에 비친다. 사진에는 단지 물과 연기, 수증기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진을 포토샵 하거나 부분적으로 조작했을 수 있다”면서 “북한은 위장과 은폐, 기만전술에 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탄도미사일의 종류에 대해서는 “미사일을 운반하는 컨테이너의 규모를 감안해볼 때 이번 실험에 이용된 미사일은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 또는 노동보다 훨씬 짧은 사거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북한이 잠수함 탄도탄 기술을 완전히 개발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추정하며 “잠수함 탄도탄이 개발되더라도 이는 지역적 위협이 될 수 있지만, 미국 본토에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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