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2개월여만에 사실상 낙마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세 번째 총리로 누가 발탁될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정홍원-이완구’라는, 전혀 상반되는 성향의 총리와 함께 일을 해본 상황에서, 앞선 두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할지 아니면 또다른 스타일의 총리감을 고를지 주목된다. 특히 호남출신의 통합형 총리가 처음으로 등장할지도 관심사다.
역대 정부를 보면 대체적으로 본인 색깔이 옅고, 비대권주자로 각인된 총리들이 그나마 장수했다. 한상익 민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순응형’, ‘관리형’ 총리가 이에 해당된다. 한 위원은 ‘순응형’ 총리를 대통령이 지시하는 행정사안이나 의전 등에 국한된 일을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정홍원 전 총리, 이한동 전 총리가 순응형에 포함돼 있다. 또 ‘관리형’ 총리는 대통령 임기 후반부(말)에 등장해 정권의 기존 사업들 및 선거 관리를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김황식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실제 김황식 전 총리는 878일, 정홍원 전 총리는 720일, 이한동 전 총리는 서리 포함 778일 재임하며 각 정부 최장수 총리를 기록했다.
반면 대권 후보군에 속했던 총리는 다양한 사유로 상대적으로 단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항마로 부상했던 정운찬 전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 관철에 실패하며 316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초의 여성총리였던 한명숙 전 총리는 대권레이스에 참가하면서 320일만에 총리실을 떠났다. 이 총리도 63일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해찬 전 총리만 623일로 대권후보군에서는 장수했다.
청와대는 이런 역대 사례 등을 참조하며 현 ‘성완종 리스트’ 정국을 돌파할 총리로 어떤 콘셉트가 적당한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중이다. 일단 “더 이상의 낙마는 안된다”는 기류가 강해 전·현 정권에서 검증된 ‘안전한’ 인물 중에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호남 또는 충청을 배려해야 한다는 여론을 청와대가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호남총리론’에 불을 지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6일에도 “박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슬로건인 ‘국민대통합’을 시킬 수 있는 총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여권 내에서는 ‘충청 총리’를 두달여만에 잃게 된 충청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충청권 출신을 재발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처럼 ‘세대교체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전문 영역은 장관이 있기 때문에 총리는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면서 대통령이 원하는 국정운영 방향을 잘 수행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장관의 단기적·부처중심 시각
[채종원 기자 / 김강래 기자 /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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