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입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문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31.2%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 총장은 16.6%로 뒤를 이었으며 새누리당 김 대표는 10.2%, 박원순 서울시장 8.0%로, 홍준표 경남지사 5.6%였습니다.
문 대표의 지지율은 수도권인 경기·인천(37.4%)과 서울(32.3%), 부산·울산·경남(33.1%)에서 강세를 보였습니다.
다른 인물들과 비교하면 압도적 지지입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RDD 방법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하지만, 문 대표의 발걸음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높은 차기 대선 지지율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4.29 재보궐선거 때문입니다.
전통적 야당세가 강한 지역에서 치르는 이번 선거에서 단 한 곳도 승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문 대표로서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높은 지지율도 떨어질 겁니다.
문 대표로서는 전패는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특히 새누리당 후보보다는 같은 야당인 정동영, 천정배 후보와 싸워야 하기에 더 더욱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정동영 /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 (어제)
- "문재인 대표는 대표대로 나름대로 노력해서 보여줘야 하겠죠. 최근의 일련의 행보, 중도와의 행보 그것은 그분의 자유입니다만 다른 세상을 갈구하는 국민에게 대안은 아닙니다."
▶ 인터뷰(☎) : 천정배 / 전 의원 (3월 10일 전화인터뷰)
- "본인 배지를 달기 위해서라면 이번에 광주에서 당의 경선에 참여했으면 좀 더 손쉽지 않았을까요? 호남의 정치도 좀 개혁하고 그 힘을 복원시켜야겠다."
두 사람이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들이 겨냥하는 것은 사실 새누리당보다는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입니다.
문 대표로서는 새누리당도 벅찬데 같은 한솥밥을 먹었던 두 거물과도 싸워야 합니다.
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이제는 혁신이다. 우리가 맞설 대상은 상대 후보가 아니라 우리 당의 낡은 과거이다. 우리 당이 젖어 있던 낡은 정당 문화와 낡은 정치이다."
문 대표가 혁신의 대상으로 삼은 낡은 정당 문화와 낡은 정치는 듣기에 따라서 당의 맹주로 자리해 온 호남계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누가 머라해도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큰 뿌리는 호남입니다.
그런데 문 대표는 지금 이 뿌리를 걷어내고 새로운 정당문화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문 대표로서는 그렇게 혁신해야만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겠지만, 비노와 호남계로서는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그룹인 동교동계가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 정치 민주연합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어제 아침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김대중(DJ) 전 대통령 묘역 앞에 모인 동교동계 인사 60여명은 권노갑 상임고문의 제안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문 대표를 도울지 투표를 했다고 합니다.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지원 반대’에 손을 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도움을 거절한 겁니다.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의 출마를 사실상 묵인한 겁니다.
명목은 권노갑 고문의 이른바 복수전 논란 때문입니다.
정동영 전 의원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권노갑 고문이 나서는 순간 '15년 만의 복수 혈전’이란 얘기가 들릴 것이라는 말입니다.
지난 2000년 정 전 의원의 ‘2선 후퇴’ 요구로 일선에서 물러난 권 고문이 '복수'를 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명분 밑에는 친노계에 대한 호남의 비호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호남 출신 중진들이 잇따라 탈당한 것, 그리고 지난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의원을 밀었던 비노 호남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표는 내일 김한길 안철수 정세균 의원 등 전직 대표급 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재보선 지원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박지원 의원은 다른 일정으로 불참한다고합니다.
아무래도 박지원 의원은 동교동계의 결정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를 돕지 않는다면 그 또한 당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에 고심이 큽니다.
박 의원이 선거를 도왔는데도 패배한다면 박지원 의원의 힘이 별거 아니었다는 말이 나올 것이고, 돕자는 호남과 비노계로부터 눈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달 문재인 대표를 만났을 때 박지원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월 13일)
- "(무슨 말씀 나누셨는지?) 대표가 알아서 할 일이지. (그래도 조금만….) 내가 얘기할 게…."
지금 문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호남의 힘입니다.
전직 대표들의 도움
문 대표가 오늘 광주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문 대표가 당분간 '비 내리는 호남선' 노래를 자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영상뉴스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