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배후 'K,Y' 파동이 여권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이 얘기를 처음 전해들은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 조무래기들'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기자들이 물었을 때, 웃음과 농담을 썼던 여유로움과는 전혀 달랐다는 의미입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나온 김 대표의 발언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1월14일)
- "수첩 메모는 어느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 들을 때 하도 황당한 이야기 같아서 메모를 했습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본회의장에서 다른 메모를 찾다가 그게 찍힌 겁니다. 그런 음해를 당하는 것도 사실 참 기가 막힌데, 어제 종편 등 뉴스를 보니까 제가 의도적으로 사진 찍히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이렇게 누명 씌우는 것도 참 기가 막힙니다. 그렇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기가 막히지만, 당 대표로서 청와대 행정관이 떠든 얘기에 반응하는게 겸연쩍다는 의미같습니다.
그러나 음 행정관은 단순한 '조무래기'가 아니라는게 청와대 안팎의 시각입니다.
음 행정관은 권영세 주중 대사와 이정현 최고위원의 보좌관을 지냈고, 지난 대선 캠프에서 공보기획팀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비서관과 고려대 88학번 동기로 친분이 두터워 오래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거승로 전해집니다.
이른바 '청와대 십상시' 중에서도 서열 5위 안에 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음 행정관이 한 얘기인 만큼 그 무게감은 그저 조무래기의 발언일 수는 없습니다.
음 행정관은 평소 존경하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 누를 끼쳐 사표를 낸 것이지, 자신의 배후설 발언이 사실이어서 사표를 낸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음종환 행정관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 가운데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음종환 전 행정관은 지난 13일 청와대 인근 술집에서 일행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도중 이준석 전 위원과 다시 만났습니다.
12월18일 술을 마셨던 그집입니다.
음 행정관은 이 전 위원이 들어선 것을 보고 고성을 지르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이 새끼야, 쟤 누가 불렀어", "너 여기 왜 왔어", "누가 나 여기 있다고 너한테 알려준 거야" 등 고성이 흘러나왔으며, 일부는 음종환 전 행정관을 말리는 모습도 보였다고 합니다.
이준석 전 위원은 "그냥 온 것"이라며 합석하자, 음 행정관이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음 행정관은 "이준석 전 위원이 갑자기 나타났기에 같이 술 마시던 내 후배들이 화해시키려고 불렀나 해서 후배들을 혼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가 극단적으로 멀어졌습니다.
지난해 12월18일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형 동생하는 사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조응천 전 비서관 얘기에 근거해 방송에서 십상시 모임과 갈등설을 방송에서 말하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음 행정관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겁니다.
친한 동생이다 보니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을 수도 있습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MBN과 전화통화에서 평소 음 행정관과는 형 동생하는 사이라고 전했습니다.
▶ 인터뷰 : 이준석 /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 "(음 행정관과는 형 동생하는 사이가 맞나) 그렇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사건 이후 만나거나 문자 통화한 적 있나) 없다"
음 행정관이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방송 출연 청탁을 받았다든가,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여자관계 등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했다든가 하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이준석 /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 "(여자관계 등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나)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하지만, 그런 협박 문자를 받은 적 없다. (방송 출연 청탁을 음 행정관에게 했나) 그런 청탁을 할 이유가 뭐가 있나? 한 적 없다 (그렇다면 왜 배후설을 폭로했나) 음 행정관의 발언이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해 김무성 대표에게 말했을 뿐이다. (당청 관계에 대해 어떻게 보나) 당청 관계에 대해 말할 위치가 아니다. 그저 발언이 부적절해서 그런 것이다"
술 취한 청와대 행정관과 정치적 야심이 큰 젊은 정치인의 말싸움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사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일부러 수첩 내용을 언론이 볼 수 있도록 흘렸다는 설부터, 청와대와 친박계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막기 위해 배후설을 만들어냈다는 얘기까지 소문이 무성합니다.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와 친박의 불편한 관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와 사이가 좋았다면 과연 이런 배후설이 나왔을까요?
하필 오늘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는 약속이나 한 듯 서청원 이정현 김을동 등 친박계 인사 3명이 나란히 불참했습니다.
서 최고위원은 일본을 방문하는 등 서로 다른 개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파 갈등의 여진이 남은 미묘한 시점이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금은 서로 몸을 사리고 말을 아껴야 할 때인가 봅니다.
친이계 최대 모임이었던 '함께 내일로'는 일찌감치 잡았던 15일 신년 만찬을 취소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사건이 덮힐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에 대해 서운한
당내 소수파가 누구인지 김무성 대표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사이에 조만간 뭔가 크게 터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남은 3년 동안 당청 관계가 살얼음판을 걸을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