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가 요즘 청와대나 정부를 향해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발언이지만, 정부의 수반이고, 청와대의 주인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발언이라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요?
오늘 한 조간신문을 보면, 김무성 대표는 새해 2일 대통령 신년회 초청문제를 놓고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천지분간을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합니다.
이유는 초청자 명단에 김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만 포함되고 이군현 사무총장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사무총장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과 함께 당3역으로 꼽힙니다.
누가봐도 원내수석부대표보다는 서열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군현 사무총장이 빠지고,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명단에 포함됐으니 오해를 살만합니다.
김무성 대표는 "사무총장을 빼고 원내수석부대표를 넣는 것이 말이 되는가...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똑바로 하라고 전하라"고 화를 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아마도 청와대가 자신이 임명한 비박계인 이군현 사무총장을 빼고, 친박계인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일부러 넣은 것이라 생각했을까요?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실무진의 착오였다'고 했지만, 이런 중요한 걸 과연 실무진에서 잘못했을까요?
김무성 대표는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도 당에 쓴소리를 했습니다.
당과 아무런 상의없이 정부가 내년 경제운용계획에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을 집어넣었다는 겁니다.
2016년 선거를 치러야 하는 김 대표로서는 공무원 연금도 버거운데 두 연금까지 개혁할 경우 표 떨어지는게 너무 확연한 만큼 화를 낼 만합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청년토크간담회 23일)
- "정부가 어떤 정부에요. 박근혜 정부 아닙니까. 그럼 연금하는 것을 국회와서 해야하는데 우리하고 상의도 없이 정부에서 마음대로 발표를 해요? 기가 막힌 심정이에요. 이 정부의 무능입니다. 무능."
기재부는 이번에도 실무자의 실수였다고 둘러댔습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습니다.
내년 6월과 10월로 개혁 일정까지 자료에서 확인됐고,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발언까지 확인됐기때문입니다.
▶ 인터뷰 : 대국민 담화 (2월 25일)
-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개 공적 연금에 대해서는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습니다."
결국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계획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기재부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셈입니다.
김무성 대표도 이를 모를 리 없겠죠.
그렇다면, 정부를 향해 무능 정부라 하고,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향햐 천지분간 못한다고 하는 비판은 다분히 박 대통령을 향한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무성 대표는 대표로 취임한 직후 오찬때 '풍우동주'라는 말을 했을 때만 빼놓고, 자주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2014년 7월 15일)
- "우리 모두는 풍우동주다. 어떤 비바람 속에서도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입니다. 대통령 잘 모시고 잘하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의원(2014년 6월28일)
- "박근혜 대통령 임기 1년 한 4~5개월 독선에 빠진 권력이라고 규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일부 그런 기미가 나타났습니다. 권력서열 2위부터 9위까지가 모두 PK출신이라는 게 여러분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7월14일)
- "저는 할 말은 하겠다라고 말씀드렸고, 여론을 모두 경청해서 대통령께 가감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10월21일)
- "(개헌발언에 의도가 있다고 말한) 청와대 누군대요? (지난 17일) 해명할 때에 내가 얘기했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어떠한 경우에도 얘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니라고 하지만, 현 권력과 차기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의 긴장관계는 정치의 불가피한 현상일지 모릅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청와대는 그 어느 때보다 새누리당의 도움이 간절한 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의 생각은 청와대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정윤회 문건이 허위였던만큼 청와대는 청와대 쇄신을 생각하고 있지 않아보입니다.
그러나 당의 생각은 다릅니다.
매일경제신문이 새누리당 의원 8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61%가 쇄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필요없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문고리 3인방 교체는 검찰 수사를 보고 나서 판단할 사항이라며 기타 의견이 52%를 보였습니다.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은 29%,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은 19%였습니다.
비서관 3인방 교체는 박 대통령의 뜻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의원들이 유보의견을 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박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하는 응답이 29%나 된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더욱이 정윤회 의혹 파장의 원인이 박 대통령 소통문제에 있다는 응답이 40%에 달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내 의견을 무시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비서관 3인방에 대해 쇄신하지 않을 경우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박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집권 3년차 경제살리기를 하고
의원들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김무성 대표는 심기가 불편해있습니다.
2015년 어쩌면 현 권력과 차기권력,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더 커지고 전면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