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 남북정상회담입니다.
개헌은 여야 의원 과반이 넘게 찬성하고 있습니다.
5년 단임제이다 보니 집권 3년차가 넘어가면 차기 대권에 관심이 쏠리면서 급격히 레임덕이 옵니다.
현 정권은 임기 내 민생과 경제살리기를 가장 갈망하지만, 다음 정권을 원하는 사람은 심지어 여당내에서도 끊임없이 현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거창한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5년 안에 공약을 달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4년 주기인 국회의원 선거와도 맞지 않아 매년 수 차례 선거를 치르느라 국력이 낭비됩니다.
개헌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입니다.
개헌을 주장하는 국회의원은 152명이 넘었습니다.
국회 과반이다 보니 이들이 마음을 먹으면 진짜 개헌이 이뤄질지도 모릅니다.
지난 1일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서 이재오 의원과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10월1일)
-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여야 협상과정을 보면서 내각이 책임지고 물러가고, 국회의원도 다시 선출해버리면, 정국이 진작에 안정됐을 것이다. 대통령은 변하고 있습니까? 책임질 사람이 없다"
▶ 인터뷰 : 유인태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10월1일)
- "하여튼 요새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데 많이 기여해주시는 박근혜 대통령께 고맙다는 말씀 드린다."
국회의원들은 선거가 없는 내년이 개헌의 적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은 다릅니다.
경제살리기에 올인해야 하는데 개헌 얘기를 꺼내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 박근혜 대통령(어제 수석비서관회의)
- "장기간 표류하던 국회가 정상화돼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하면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습니다.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미일까요?
▶ 인터뷰 : 박근혜 /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2012년)
- "저는 집권후 4년 중임제과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들에 대해 충분하게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서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여권도 사실 개헌에는 부정적입니다.
개헌론에 불을 붙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한발 뒤로 빼며 "개헌 논의는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며 개헌 공론화를 자제했습니다.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도 개헌을 주요 의제로 삼는 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데다가 서청원 최고위원과 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도 개헌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개헌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남북정상회담 역시 분위기가 간단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북한 최고위급 3인방은 깜짝 방문으로 남북 분위기가 좋아진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 오전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과 경고사격은 우리에게 섣부른 기대를 갖는게 금물임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어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 내년에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위한 정상회담을 하지는 않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확고한 뜻인 것 같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어제 수석비서관 회의)
- "이번에 북한의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이 폐막식에 참석하고 우리 당국자들과도 면담하고 돌아갔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를 통해서 평화의 문을 열어나가기를 바란다."
대통령의 말은 원론적 수준입니다.
그래서 5.24 조치해제나 남북정상회담은 아직은 섣부른 얘기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생각은 좀 다릅니다.
북한이 실세 3인방을 김정은의 전용기를 태워서 보낸 것은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김정은의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합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군복을 입은 건 군부도 남북정상회담과 관계 개선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과 관계개선의 절호의 기회가 지금 우리 눈 앞에 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를 놓치면, 또 상당기간 남북관계는 교착상태를 면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개헌도 그렇고, 남북정상회담도 그렇고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합니다.
박 대통령 역시 그 필요성은 공감할 겁니다.
문제는 시기입니다.
때가 됐는지,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할 지는 순전히 판단의 몫입니다.
뒤늦게 판단하면 많은 기회를 날리는 것이고, 섣부른 판단을 하면 큰 국력상실을 감내해야 합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참으로 어려운 자리인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