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먹는 물까지 수의계약을 남발, 임직원 모임인 행우회가 소유한 특정업체에 일감몰아주기를 수년째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은 임직원 모임인 행우회가 지난 1973년 100% 출자해 설립한 서원기업은 상당기간 동안 한은과 수의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행우회가 서원기업의 지분 100%(유가증권 13억9000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등기부등록 상 현재 대표는 안태훈 전 한은 국고증권실장이며, 감사는 남양우 전 한은 경제교육센터 부국장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서원기업이 한은과 맺은 수의계약 금액은 18억7000만원에 달한다. 이중 40% 가량인 7억9000만원이 한은 화폐박물관의 안내용역 목적으로 계약됐다.
한은은 "안내담당인력의 축적된 업무경험 때문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원기업은 주기적으로 구인구직업체를 통해 안내인원을 계약직으로 선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해명처럼 업무경험이 오랜 기간 축적됐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먹는 물 구매, 주차관리, 경비용역 등 경쟁 입찰을 통해 계약해야 할 분야까지 수의계약을 남발해 예산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경비용역 사업의 경우 2012년 수의계약 방식으로 바꾸면서 2년(2012~2013) 사이 계약금액이 3억9225만원 상승했으나, 2014년 제한경쟁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하자 계약금액이 2억1037만원 감소했다.
주차관리 사업 역시 2012년 수의계약 방식으로 변경
최 의원은 "한은이 수의계약을 남발하면서 적지 않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수의계약은 구조적 비리의 온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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