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의 반대가 있긴 하지만, 야당이 다시 합의안을 뒤집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수 민심이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합의된 세월호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넘지 않았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9월 16일 국무회의)
- "지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선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에도 여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국회가 열리지 못하자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국회를 압박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9월30일)
-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 국회에 대해 걱정할 정도로 국회 상황이 국제사회에 전부 알려져 있고, 그 상황이 우리나라 국익과 외교의 신뢰를 얼마나 떨어뜨리는 것인지 우려스러웠다."
두 번에 걸친 대통령의 말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어떤 이는 대통령의 원칙과 뚝심이 이번에도 통했다고 평가하고, 어떤 이는 대통령의 고집이 협상을 어렵게했다고도 평합니다.
여론조사는 반반입니다.
리서치뷰의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5%,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5.3%로 비슷했습니다. (29일. 전국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천명.RDD.95%±3.1%p)
여론조사만큼이나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태도는 극단적으로 엇갈립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가 불륜이다. 박 대통령과 정윤회 씨는 불륜 관계다'
이런 글을 올린 40대 주부 탁 모 씨에게 법원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탁 씨가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있는 상태에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박 대통령의 사생활 관련 내용을 전파가능성이 큰 인터넷 게시판에 기재했다'며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어쩌면 박 대통령의 말처럼 사이버상의 아니면 말고 식의 허위 비방사실 유포가 도를 넘었는지도 모릅니다.
청와대로서는 몹시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지난달 23일.
일부 교민 시위대가 박 대통령을 향해 "아이들을 죽게 만든 박근혜는 물러나라'며 입에 담지 못할 저주까지 쏟아 냈습니다.
이 말을 한 노길남 씨는 김일성상까지 받은 친북 성향의 인물이었습니다.
▶ 인터뷰(☎) : 유동열 / 자유민주연구원장
- "민족통신에다 직접 자기가 (국제 김일성상을) 받았다고 했고, 북한 노동신문에서도 노길남이 김일성상을 받았다고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대통령의 자리는 이런 자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념적으로, 성향적으로 다른 이들의 끊임없는 비판과 도를 넘는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여당 내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여야 국회의원 152명이 참여하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서 이재오 의원과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뼈 있는 얘기를 했습니다.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오늘)
-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여야 협상과정을 보면서 내각이 책임지고 물러가고, 국회의원도 다시 선출해버리면, 정국이 진작에 안정됐을 것이다. 대통령은 변하고 있습니까? 책임질 사람이 없다"
▶ 인터뷰 : 유인태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늘)
- "하여튼 요새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데 많이 기여해주시는 박근혜 대통령께 고맙다는 말씀 드린다"
유인태 의원은 그렇다 쳐도, 이재오 의원은 같은 새누리당 의원입니다.
친이계이긴 하지만, 친이 친박은 없다고 천명한 분들이니 계파색때문에 박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볼 일은 아닌 듯합니다.
지금 박 대통령의 관심사는 경제살리기입니다.
개헌얘기를 꺼내 정국을 뒤흔들고, 그래서 경제회복의 불씨를 날려버리고 싶어하지 않아 할 겁니다.
그러나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런 대통령의 뜻과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이념적 성향에 따라 이런저런 주문과 요구를 쏟아낼 겁니다.
이를 대통령은 다 보고 듣고 있을까요?
지금 청와대의 눈과 귀는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들을까요?
아니면 보고 싶지 않은 것, 듣고 싶지 않은 것까지 보고 듣고 있을까요?
청와대, 그리고 그 안의 주인인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참으로 피곤한 자리고 위치인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